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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가야산 호랑이를 만났던 두 아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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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가야산 호랑이를 만났던 두 아낙네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12.17 0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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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덕산 주변 모습

이제는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호랑이가,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 많이 살았던 것 같다. 옛사람들이 산이나 마을에서 호랑이를 만났던 얘기가 심심찮게 전해오고 있다.

 옛날 덕산에 살던 아낙네 두 명이 가야산에서 호랑이를 만났던 얘기가 재미있게 전해온다.  가야산에서 호랑이를 만난 아낙네는 한동네에 사는 김씨 부인과 한씨 부인이었다. 두 여인은 봄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에 가야산 고랑으로 봄나물을 뜯으러 올라갔었다.

 아낙네들은 산고랑을 따라가며 한창 산나물을 뜯다가 큰 바위 아래에서 새끼 호랑이 두 마리를 발견했다. 새끼 호랑이들은 갓 태어나서 눈을 간신히 뜨며 온몸을 바둥거리고 있었다. 아낙네들은 호랑이 새끼인줄을 까맣게 몰랐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새끼들은 모두 귀엽고 예쁘기 마련이다. 김씨 부인은 새끼호랑이가 너무도 예뻐서 두 손으로 얼싸안으며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구, 예뻐라. 어미가 너희들을 두고 어디로 갔을까?”

하며 어르고 쓰다듬으며 안아주었다.

 한편 옆에 함께 있던 이씨 부인은 욕심이 많은 여인이었다. 김씨 부인에게서 새끼 호랑이를 빼앗아 안았다.

 “이거 집으로 가져가서 약으로 써야겠다.” 며 산나물 바구니에 담았다.

 그때였다.

 두 아낙네는 갑자기 주변 공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바로 위쪽 바위 꼭대기를 올려다보니 어미 호랑이가 두 아낙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이구머니나!”

 두 아낙네는 혼비백산하여 정신없이 산에서 뛰어내려왔다. 온몸은 상처투성이였고 신발도 나물바구니도 어디에 내팽개쳤는지 알 수 없었다. 뒤돌아 볼 새도 없이 각자 집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이튿날 아침이었다. 김씨 부인은 조심조심 사립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제 산에서 내려오며 내동댕이쳤던 나물바구니와 신발이 대문 앞에 놓여있었다. 나물바구니에는 산나물도 가득 담긴 채 신발과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것이었다.

 “……?”

 김씨 부인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산에 함께 올라갔던 이씨 부인 소식이 궁금했다. 옆집으로 이씨 부인을 찾아갔다. 이씨 부인은 그때까지도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방안에 숨어있었다. 얼굴은 사색이 되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겁이 나서 그래요? 얼굴색이 왜 그래요?”

 김씨 부인이 궁금해서 물었다.

 이씨 부인의 대답인즉,

 “말도 말아요. 호랑이가 밤새 방문에 흙을 던지고 으르렁거리며 집 주변을 맴돌았어요. 아침이 밝아오자 겨우 물러갔다오.”

 “그래요오?”

 김씨 부인은 순간적으로 어제 일이 떠올랐다. 호랑이 새끼를 집에 가져와서 약으로 쓰겠다던 이씨 부인의 말이 생각났다. 호랑이가 자기 새끼를 죽이려고 했던 이씨 부인에게 화가 나서 해코지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김씨 부인은 호랑이 새끼가 귀여워서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으므로 해코지를 당하지 않은 것이었다. 자기 새끼를 예뻐하던 김씨 부인에게는 호의적인 생각으로 나물바구니와 신발을 찾아다 집 앞에 놓아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미 호랑이는 제 새끼를 귀여워하고 해치려는 사람을 구분하여 대우할 줄 아는 영리한 짐승이었던 것이다. 옛사람들이 겪었던 호랑이 얘기가, 덕산향토지(1996년 발행)에 재미있게 실려 있기에 옮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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