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9:19 (수)
마을 이야기/ 갈산면 와리 목과마을<4>
상태바
마을 이야기/ 갈산면 와리 목과마을<4>
  • guest
  • 승인 2018.12.16 2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곡식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고 역사가 모였던 그 공간

홍성군 청년 마을조사단에서는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홍성 지역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 아랫마을로 들어오는 길 초입에 김정배 할머님댁이 있습니다. 김정배 할머님 집 뒤편으로 돌아 나가면 보이는 밭이 옛 들마당 자리입니다. 왼쪽 편에는 이장님 댁이 있습니다. 셋째 들마당은 바로 코 앞에 있었다는 사실!

<둘째 들마당> 모습은 사라졌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는 기억속에 영원한 곳
“이쯔, 니, 산, 시 마에~쓰매~! 왜정때 그런거 했어. 별거 다했어.”

【김금연】 들마당에서 우덜 젊었을 때 마에쓰며는 걸어 다녔어, 들마당, 마에쓰.
【이상예】 마에쓰. 데끼! 이치~ 니~ 상~ 시~ 라니께. 도~ 도꼬! 도꼬 하면(왜정이 ‘도꼬’라고 외치면) 두! 그랬다고(녹두라고 대답했다고) 허허 허허
【강환년】 옛날에 왜정 때 얘기여.. 왜정 때. 그때는 일본 말로 마에쓰메다 하면은 팔래 둘르고 다리 날래 둘르고(팔과 다리에 완장 같은 띠를 두르고)
【김금연】 거기 그때는 내가 1번 이거든 후손이 그놈이 2번, 이찌 니 상 시 해놓으면(왜정이 1, 2, 3, 4 번호 붙여 놓으면) 1번 하면(호명하면) 내가 뭐지?(일본어로 호명된 자신의 번호를 잊어버렸다는 이야기) 하하 하하
【이상예】 왜정 때 그런 거 했어 일 번 하면.
【이상예】 ‘마에쓰면’하고 ‘마온에 데기’하고 별거 다했어
【청마단】 할머니 마에쓰면이랑 마오 그게 뭐예요?
【박종분】 일본 시대 때 그런거여.
【김금연】 일본 시대가 그려 일본 시대. 일본 말로 하는거. 우덜은 몰르고(못 알아들었어) 
【이상예】 마에~쓰매!(갑자기 더 힘주어 설명해 주신다)
【청마단】 왜정이 마에쓰매 하고 외치나요?
【이상예】 응 마에~쓰매, 마오메 데기ㅡ! 허먼 이렇게 돌어. 한 바퀴 돌고 (좌향좌, 우향우! 하듯 보여주신다)

【청마단】 훈련이었나 봐요?
【강환년】 아이고 별짓 다했어 왜정 때는, 점심 먹고 나면, 행진 할라면 행진곡에, 점심 먹고, 학교 마당 돌아가면서람(학교 마당 도는 것처럼) 행진곡할라면 뺑뺑 돌아가지고.. 각시들이 시집와서 그거 했다니께. 
【이상예】 돌아가느라구 이쯔~ 니~산~ 시~ 고~ 로꾸~ 시치~ 하치~ 규~ 주! 이렇게 허고~ 허허허
-김금연, 96세, 박종분, 92세, 이상예 92세, 강환년, 84세

<셋째 들마당> 일제 치하의 셋째 들마당에선
그러고 거기서 일본 사람들이 광솔기름 내라고 했었어. 광솔기름이라고, 소나무 이렇게 가지 때리면은 거기 요만치 남잖아. 그게 광솔이돼. 송진이 나와서 송진 기름을 내서. 무슨 기름으로 쓰느라고 공출하라고 했다고. 그거를 저 들마당에서 맸어. 여기 노루목이라고 아니? 거기가 바다가 되었어 옛날에. 일본 사람들이 거기까지 배 대가지고 벼를 실어갔단다. 벼 실어갈라면 가마니에 담아야지. 그 공출을 했다고. 그리고 일본 사람들이 한국 땅을 매입해 가지고서 우리네가 타작을 지었어. 그 사람들이 논 사서 준걸 내가 짖고 타작을 한 거야. 반을 주고 반은 가지고. 먹고살게 없으니께. 개중에도 있는 사람들은 안 지었어. 어렵고 수입이 잘 안되니께. 우리네 같은 사람들은 먹고살기 어려우니깐 그나마라도 지어야 하고 그렇게 살았어.           
- 이원오(84세)

들마당을 찾아라
목과 마을의 미스터리, 마을의 가장 깊숙한 그곳에 바로 둘째 들마당이 있다는데.. 함께 찾으러 떠나볼까요?
마을의 최고령 할머니들께서 일제 치하에서 점심때면 행진 훈련을 받던 곳이 둘째 들마당입니다.
마을에는 총 세 곳의 들마당이 있었습니다. 첫 들마당은 마을의 가장 위쪽에 위치한 윗말의 들마당으로 벼바심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상준 할아버지께서 산내끼를 꼬던 곳으로 먼저 소개된 세 번째 들마당은 아랫마을의 너른 마당으로, 탁 트여 있고 논이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벼바심도 하고 청년들은 저녁에 모여 새끼를 꼬아 쌀을 담을 가마니와 담배 엮고 짚신 만들 생활에 꼭 필요했던 새끼를 꼬았습니다. 셋째 들마당은 그전 묘가 있던 자리를 판판하게 밀어서 조성했는데 새끼를 꼬다 도깨비불을 보셨다고 해요.

목과마을을 지나가는 거친 역사의 소용돌이가 지나고뿌리 내린 사람과 뿌리 내린 땅은 그 곳에 한결 같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 1~3 둘째 들마당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 이원오 할아버지 댁 뒷집 옆 숲길 4 5 마을에 이렇게 깊이 들어가는 숲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던 숲길 6 길이 어느덧 환해지며 너른 공간이 나타난다 7 길에서 나오자마자 길 가까이 밭이 있다 8 나무를 경계로 옆 들판은 현재 비어있다. 이곳은 옛 천장굴 자리이다 9 천장굴 옆으로는 세 번째 들판이 나타난다. 얕은 오르막을 오르면 10 야구하고 공 차며 놀았던 넓은 ‘둘째 들마당’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할머니들의 마에쓰, 좌익 여성동맹원의 공산당 선전 강연, 빨치산의 강제 포섭으로 좌익 활동을 해야 했던 동네 인텔리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인민군 노래를 가르쳤다.

홍성군 청년마을조사단(이은정, 김새롬)

<대상마을 모집>
마을조사 및 마을책자 제작에 함께 할 마을을 모집합니다.
△대상 :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하지 않은 마을, 마을자원 발굴 및 마을책자에 관심이 있는 마을
△연락 : 홍성군 마을만들기 지원센터(041-635-150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