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9:47 (금)
이재준<육군3사관학교 교수>
상태바
이재준<육군3사관학교 교수>
  • guest
  • 승인 2018.12.07 02:3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의 역사를 살려낸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 이재준<육군3사관학교 교수>

올해는 홍주 지명을 사용하기 시작한지 천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이 땅에는 많은 의인들이 살다가 가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렇게 형성된 홍성의 역사를 우리는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홍성의 역사책은 아쉽게도 앞 페이지가 찢어지고 사라져 고대부분은 추정만 할 뿐이었다.

사라져 버린 홍성의 고대역사, 1354년 전의 백제 부흥전쟁 전적지를 찾는 학술대회가 지난달 30일 홍성군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홍주향토문화연구회와 청운대학교 남당학연구소가 개최한 홍주주류성 고증 세미나가 바로 그것이다.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점은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실지 하는 문제였다. 그 이유는 대부분 다른 학술대회는 통상적으로 40~60명 정도 참석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염려는 완전히 기우였다. 사전에 준비한 200여개의 좌석이 모자라 50여개 의자를 추가로 배치하여야 했다. 그렇다고 참석한 분들이 자리를 듬성듬성 띄어 앉으신 것도 아니었다. 군청 대회의실에 꽉 들어찬 참석자들로 인하여 사회자부터 발표자들까지 모두 긴장할 정도였다. 특히 이례적이었던 점은 김석환 홍성군수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셨다는 것이다. 그동안 잃어버린 홍성의 역사를 찾는데 지역사회의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말해주는 현장이었다. 다시 말해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청중의 열기는 홍성지역이 고대역사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말해주는 반증이었다.

이 갈증은 바로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했던 사실을 하소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아니었다. 백제 부흥전쟁의 중심이자 마지막 왕성이었던 주류성이, 고산자 김정호에 의해 홍성임이 밝혀졌는데도 강단 사학계가 이를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그 실체는 원로학자들의 관점에서 벗어나거나 반대되는 논지를 발표하기 꺼려하는 사학계의 잘못된 관행이었다. 또한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권위주의적 강단사학자들의 지적갑질이었다.

이러한 학계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술대회 발표는 사학계의 관행과 지적갑질을 타파하고 뛰어넘는 파격적인 내용들로 이어졌다. 종전 접근방법과는 다른 전쟁사적 관점의 검토였으며, 불교의 사상적 차원도 다루어 졌는가 하면, 누구도 말하기 꺼려하는 부안설에 대한 부정도 아주 과감했다. 다르게 표현하면 주류성을 부안으로 고정화 시키려는 사학계를 소장파 학자들이 강타한 것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또 다른 의미로서는 재야로 인식되어 온 향토사학자들만의 홍성 주류성설을 강단사학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강단사학계를 직접 공격한 홍성 주류성설의 변신은 군청 대회의실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만든 것이었다. 필자가 이와 같이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분위기에 고무된 발제자와 토론자 및 모든 관계자들이 반드시 홍성 주류성을 찾아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행사 당일 직접 세미나 장소를 찾은 분들을 포함하는 홍성군 주민들이 바로 꺼져가던 홍성 주류성을 다시 살려낸 것이다.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해 올린다.

홍성 주류성을 찾으려는 첫 단추가 꿰어졌다.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 주류성 홍성설을 확산시키고 반석위에 올려놓으며, 잘못된 학계를 타파하여야 한다.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는 홍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백제 부흥군들이 활동했던 당진, 예산, 홍성, 청양, 공주, 보령, 서천 등 내포지역과 연계하여 붐을 조성해야 한다. 주류성이 금강 이북 충남지역에 존재했던 것은 변질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청남도 차원에서 주류성에 대한 검증과 고증작업을 진행하며, 진정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만약 부안으로 주류성의 위치가 고착된다면 ‘순목불극 혹상궐비’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kyonglaw 2018-12-16 14:25:37
우선 같은 홍성지역 출신으로, 이재준 교수가 홍성의 고대 역사에 대해 광범위한 자료를 섭렵하여 소장파 학자로서 사학계의 관행을 뛰어넘는 성과를 낸것에 엄청 축하한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해 가는 과정에서 부흥을 꽤하고자 고군분투한 백제민들의 효율적인 항전방식과 마지막 왕성이었던 주류성을 홍성지역임을 논리적 근거에 의해 완성하여 사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성공적인 개최에 찬사를 보낸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