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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상여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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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상여바위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11.19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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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잃은 원혼이 깃든 ‘상여바위’
▲ 상여바위 모습.

우리고장 장곡면 대현리와 산성리에는 장곡산성이 자리잡고 있다. 장곡산성은 백제가 멸망한 후에 3년 여 동안 백제 부흥운동의 중심역할을 했던 주류성으로 비정되는 곳이다.

장곡산성 남쪽 성벽 정상 부근에는 큼지막한 바위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바위모습이 상여모습처럼 생겼다고 하여 상여바위라고 부른다. 다른 유래로는 바위에서 상여소리가 들려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상여바위에는 오래전부터 전설이 전해오는데, 백제부흥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상여바위와 관련된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옛날부터 상여바위에서 상여소리가 자주 들려왔다고 한다. 특히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는 상여바위 부근에서 상여 나가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구성지게 들려왔다고 한다. 더러는 나라에 전쟁이나 큰 변고가 있을 때도 상여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옛날 노인들은 잠을 자다가도 꿈을 꾸었다고 한다. 흰옷을 입거나 군인복장을 한 사람들이 산꼭대기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꿈속에서 자주 나타났다고 한다.

▲ 장곡산성 내 옛 집터.

이상의 이야기들은 장곡산성과 백제부흥운동이 깊게 관련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백제유민들은 이곳 장곡산성에서 백제부흥운동을 치열하게 전개했을 것이다. 하지만 백제부흥군 지도부의 분열로 백제부흥운동은 3년 여 만에 실패하고 말았다.


백제부흥운동의 실패로 많은 군사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고, 살아남은 자들은 이곳저곳으로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죽은 자의 원혼과 산 자의 한스런 마음이 오랜 세월동안 전해오면서, 장곡산성 성벽부근의 상여바위라는 구체물을 통해 전설로 형상화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곳 장곡산성은 몇 해 전에 상명대학교 박물관에서 지표조사를 실시하여 옛 집터를 발굴했다. 장곡산성 중턱에 스물일곱 칸 규모의 집터를 발굴하고 기와파편 등을 수습하여, 백제부흥운동을 이끌었던 주류성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집터의 규모는 옛날 산성 안에 지어진 집으로는 상당한 규모였으며, 당시 부흥군 지도자가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홍성군과 홍성군향토문화회원들은 여러해 전부터 장곡산성 옛 집터에서 백제부흥군 위령제를 지내오고 있다. 장곡산성에서 백제부흥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원통하게 죽어간 영혼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또한 장곡산성이 백제부흥운동의 중심지였던 주류성이라는 확실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뜻도 담겨있다.

▲ 백제부흥군 위령제 모습.(2018.10.15.)

사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주류성이 어디인지, 아직까지는 학계의 확실한 고증이 없는 상황이다. 주류성으로 비정되는 몇몇 지역 중에 장곡산성이 포함되어 있다.

장곡산성의 가파른 길을 따라 성터의 정상에 올라서면 동서남북이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옛날 이곳이 군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요새지였을 것이라는 짐작을 쉽게 할 수 있다.

동서남북이 훤하게 내려다보이는 성터 정상에 서있으면 세찬 바람이 귓전을 때리며 지나간다. 쌩쌩 바람소리를 타고 어디선가 딸랑딸랑 구성진 상요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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