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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홍성행복교육지구사업(9·끝)/ 학교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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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홍성행복교육지구사업(9·끝)/ 학교협동조합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8.10.17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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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활성화 효과적 방안

충남도·정부 적극 추진, 홍성여고 금마중 내년 시작

본지가 그동안 살펴본 홍성행복교육지구 사업은 마을자원을 활용해 학교 교육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학교에서 담을 허물고 나가 마을변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학교협동조합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홍성군청이나 홍성교육지원청은 이 사업계획 시작을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쉽게 시작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교협동조합은 더 상급 기관인 문교부와 충남도교육청에서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국정과제인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하려는 것인데 간단하지 않아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학교협동조합이란 간단히 말해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나아가 지역주민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해 경제사업을 하는 것이다. 보통 학교매점 운영 형태가 많지만 방과 후 돌봄, 만화예술, 도서관 등 여러가지 사업을 한다.

정부는 지난 9월6일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설립 인가권을 현재 교육부장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위임해 각 지역 여건에 맞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학교협동조합 지원센터도 설치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조합 운영의 주요 주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기존의 매점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충남도의 학교협동조합 육성은 김지철 교육감의 선거공약이다. 충남도는 올해 13개 학교를 예비학교협동조합 설립학교로 선정하고 500만원 내외 씩 준비금으로 지원했다. 장항고등학교는 지난 9월 가장 먼저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홍성군내에서는 금마중학교와 홍성여자고등학교가 선정됐다. 금마중학교(교장 주진익)는 지난해 봄부터 빵, 스낵 등 간식거리와 문구류를 판매하는 학생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협동조합 학생 동아리 ‘더 길(대표 심정윤 학생)’에서 운영한다. 이 학교는 내년에 교직원과 주민이 참여하는 정식 학교협동조합으로 발전시켜 ‘쉬다가게’이름으로 매점 운영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충남도내 13개 예비학교협동조합 중 홍성여고(교장 심상룡)는 회원 500명으로 가장 큰 규모다. 올해 서울 지역 선진 학교협동조합 견학도 다녀왔다. 내년에 교내에 ‘늘해랑’ 이름으로 학교 매점을 연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국에는 60 여개의 학교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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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학교 학생협동조합

“학생들이 보여준 책임감 상상 이상이었다”

59년된 한국최초 협동조합

1959년 9월 6일 홍동면 팔괘리 풀무학교에 문방구와 간단한 식품을 판매하는 학교협동조합이 생겼다. 운월리 면 소재지에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으나 물건값이 비싸고 5일에 한번씩 홍성장날 홍성읍까지 걸어가서 생필품을 사야했기 때문이다. 조합원은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주민인 졸업생들이었다. 김형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장은 ‘한국 생활협동조합 운동의 기원과 전개’라는 책에서 이 조합이 우리나라 해방 후 최초의 협동조합이라고 썼다.


풀무학교협동조합은 설립 10년만인 1969년 홍동면민들의 신용협동조합으로, 1980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설립으로 발전했다. 이후 홍동면에는 지금까지 약 30여개의 협동조합이 결성, 운영돼 전국 협동조합운동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또 학교협동조합이 지역을 변화시킨 마을교육공동체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 풀무학교 학생생협 임원들(앞줄 오른쪽이 3학년 김예은 이사장)

생필품 무인판매

한편 풀무학교(교장 양도길)에서 시작한 협동조합이 지역으로 나가 신협과 생협이 되면서 학교에서는 학생생활협동조합으로 남아 59년째 운영되고 있다. 법인 설립 안 하고, 당국은 물론 학교의 지원도 없이 학생들이 스스로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 82명과 교직원 15명 합해서 97명이 조합원이다. 각 학년에서 4명씩 이사를 선출하고 그중에서 3학년 학생이 이사장, 2학년 학생이 부이사장을 맡는다. 임원은 해마다 열리는 총회에서 선거로 뽑는다. 감사는 지도 교사가 맡는다. 학생 생활관에 매점을 설치하고 문방구, 세제 등 생필품과 빵 등 식품을 판매한다. 생필품은 무인판매로 운영하며 식품은 수업이 끝난 후 이사들이 당번을 정해 판매한다. 행복중심풀무생협과 갓골 풀무학교생협, 문당리 환경마을 등에서 구입한 친환경제품을 판매한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에 가입하며 졸업과 동시에 탈퇴한다. 정관에 의해 이익금의 5%를 조합원에게 배당하며 이중 2%는 떼서 지역 기관이나 북한 등에 기부한다. 풀무학교 학생생협은 다른 학교와 다르게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제외한 학생과 교직원 만을 조합원으로 한다. 학교협동조합에서 여러 지역 협동조합이 분리돼 나갔기 때문에 지역과 함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외형적 성장은 없지만 학생 교육적 가치는 더하다.

풀무학교의 학생생협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 경제생활 교육, 민주주의 훈련, 더불어하는 생활 등에서 큰 교육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주지역 협동조합운동가 박종희 씨가 얼마 전 이 학교 일부 졸업생과 전직 교사들에게 풀무학생생협에 대한 질문지를 돌려 답변을 듣고 교지에 게재했다. 전국 각지에서 성인으로 생활하는 졸업생들은 한결같이 풀무학교 재학중 학생생협의 민주주의 훈련과 무인판매 경험에 대해 길게 기억하며 각자 신뢰의 공동체적 사회생활을 다짐하고 있었다. 정승관 전 교장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학교협동조합은 학교와 지역을 연결하는 고리였으며 다양한 지역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이사장, 이사 등 담당 학생들이 보여준 책임감은 상상 이상이었으며, 교장인 나보다 더 깊고 심각했다. 어떤 어려움도 견디고 이겨내더라.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삶의 진정성을 배우고, 자기생활의 주인, 학교의 주인, 협동조합의 주인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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