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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16>/ 쿨리지-더도 덜도 말고 쿨리지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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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16>/ 쿨리지-더도 덜도 말고 쿨리지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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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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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림<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 권미림<커피비평가협회 충남본부장>

에피소드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사건이나 상황, 촌철살인의 말 한 마디로 인구에 회자되는 사람들이다. 업적이 건물의 골격이라면 에피소드는 차라리 벽돌에 가깝다. 업적만으론 그 사람의 정체성을 알 수 없지만 에피소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준다. 그러기에 인간은 에피소드를 사는 동물이며 삶이 곧 에피소드란 말이 나왔을 것이다.

쿨리지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가 미국의 30대 대통령이란 사실엔 고개를 갸웃해도 그의 이름을 딴 ‘쿨리지 효과’ 앞에선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시간을 거슬러온 에피소드 덕분이다. 재임 시절, 양계장에 간 쿨리지 부부가 닭들의 교미 장면을 목격했다. 영부인이 물었다. 수탉은 몇 번 교미하나요? 하루 열두 번 합니다. 그러자 영부인이 말한다. 그 이야기 좀 대통령께 전해주세요. 영부인은 아마도 권태기를 지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같은 장면을 본 대통령이 이번엔 이렇게 묻는다. 저 수탉은 같은 암탉과만 교미를 하나요? 그러자 관리인은 수탉은 한 번 교미한 암탉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대답했고 그 사실을 아내에게도 전해달라는 말로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이렇게 탄생한 게 쿨리지 효과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새로운 자극을 욕망하며 새로운 자극이야말로 인간의 역사를 발전시킨다는 이 이론은 애착 이론과 맞물려 소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중요한 단초가 됐다.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시절이었다.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횡단하고 베이브 루스가 홈런 기록을 갱신하던 시절, 미국은 부족할 것도, 욕심낼 것도 없는 평화와 번영의 세계였다.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는 말처럼 리더십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고 통치자의 삶은 업적보다 에피소드로 기억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커피 문화에 남긴 일화 또한 이채롭다.

백악관 주인인 그가 친구들을 초대했다. 문명과는 동떨어진 시골 친구들은 백악관 예절을 걱정했고 그가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실수는 없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코스 요리를 마친 그가 접시에 커피를 부었다. 친구들 또한 그를 따라 했지만 그 다음 그가 한 일은 탁자 밑 고양이에게 커피를 주는 일이었다. 재임 기간 내내 관용을 베푼 그였다. 인디언을 시민으로 인정해 인디언 시민법을 만들었고 이념 문제로 등졌던 쿠바와도 교류를 시작했다. 그런 그가 반려 동물과 커피를 나누었다 해서 새삼스러울 것 또한 없을 것이다.

음료수와 달리 커피 잔엔 잔 받침이 딸려 나온다. 뜨거운 커피를 마실 땐 잔 받침에 따라 식혀 마시라는 배려에서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민족 명절, 쿨리지와 같은 재치와 배려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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