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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읍 내법리 광경사지석불좌상·홍북읍 용산리 미륵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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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읍 내법리 광경사지석불좌상·홍북읍 용산리 미륵불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9.13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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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난 석불좌상 … 도난당했다 도로 찾아
▲ 용산리 미륵불 모습.

홍성읍 내법리 매봉재 기슭 용주사 경내에 광경사지석불좌상이 있다. 광경사지석불좌상은 충청남도지정 문화재자료 제161호이다. 원래 광경사지에 있었다는 석불좌상이, 어떤 이유로 용주사 경내로 옮겨오게 되었을까.

광경사지석불좌상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자신의 집 정원으로 옮겨놓고 있었다고 한다. 일본이 패망하면서 일본인은 돌아갔고 홍성에 사는 개인이 자기 집 정원으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석불좌상에 영험한 영력이 있었던 것일까.

석불좌상을 집 뒤 정원에 옮겨놓은 가정에서는 불행을 많이 겪었다.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고 하는 일마다 실패뿐이었다. 집주인은 석불좌상을 제자리에 놓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믿었다.

1970년대 어느날에 용주사 주지스님이 꿈을 꾸었다. 목화송이가 아지랑이처럼 방안에 꽉 차게 피어오르는 꿈이었다. 주지스님은 참으로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이날 석불좌상을 집안에 옮겨놓고 있던 주인이 주지스님을 찾아왔다. 석불좌상 이야기를 전하면서 제대로 잘 모실 수 있는 자리로 옮겨놓고 싶은데, 용주사로 옮겨오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주지스님은 지난밤 꿈을 생각하며 흔쾌히 승낙하였다. 옛날 광경사지에 있었다는 석불좌상은 이렇게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용주사에 마지막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 광경사지 석불좌상 모습.

우리고장 홍성군 홍북면 용산리 용갈산 도로변 야산 언덕에 마을을 지켜준다는 미륵이 서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 서있는 미륵은 고려시대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을에서는 해마다 미륵 앞에서 매년 미륵제를 지내오고 있다.


1980년대 말에 용갈산 미륵이 한번 도난을 당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산언덕에 있던 미륵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정확한 도난 일자는 1989년 8월 14일이다. 마을에서는 여기저기 수소문하였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마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남성희 선생이 장항선 기차를 타고 서울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온양부근에서 우연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차창 너머로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마을에서 도난당한 미륵이었다.

미륵은 기찻길 옆 넓은 공터에 놓여있었다. 주변에는 여기저기에서 옮겨온 다양한 돌과 미륵상들이 흩어져 있었다. 마을로 돌아온 남성희 선생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부랴부랴 해당 장소로 달려갔다.
미륵을 훔쳐간 사람들은 모든 것을 시인하고 원위치에 옮겨놓기로 약속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9월 1일에 다시 용갈산 마을로 되돌아왔다. 이듬해 석가탄신일에는 미륵 주변 울타리와 계단을 설치하며 주변 단장을 하였다.

우리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영원히 사라질 뻔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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