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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홍성행복교육지구사업(4)/ 결성면마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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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홍성행복교육지구사업(4)/ 결성면마을학교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8.09.13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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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기르며 ‘경제학’ 공부한다
▲ 결성초등학생들에게 돼지 사육으로 생활경제학을 강의하는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

그림책 작가, 결성농요 전수자, 돼지농장주 강의

1914년까지 결성현으로서 향교를 중심으로 1000년 넘게 글소리 그치지 않던 결성면에 2개 학교(용호초, 결성중)가 폐교되면서 지역주민이 느끼는 공허감과 상실감은 어느 지역보다 컸다. 학교를 살리고 지역을 살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갖게 하고픈 마음으로 ‘결성면마을학교’가 계획됐다.

결성에는 풍부하나 잠자고 있던 인적자원이 마을학교를 통해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다. 홍성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로 대통령상을 받은 결성농요 전수자들과 전국적으로 알려진 김중철 작가, 방목 돼지 성우농장 이도헌 대표 등이다. 결성마을학교는 우선 이들 자산을 활용해 3가지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결성농요 체험 및 사물놀이 습득으로 지역문화와 역사 알기 △이야기 그림책을 읽어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성을 키움 △초원에서 새끼 방목돼지를 사육하며 알아가는 생활경제원리다.

흑돼지 7마리 매입, 11월 출하

지난 12일 오후 2시 결성면복지회관에서 ‘그림책 여행’과 ‘내 돼지 돈 돼지’ 프로그램으로 마을학교 첫 강의가 진행됐다. 결성초등학교 1~3학년 학생 7명은 그림책 여행반, 4~6학년 학생 7명은 돼지반으로 나눠 편성됐다. 이 학교 전체 학생 수는 14명이다.

서울에서 유명 출판사 편집장으로 있다가 5년 전에 결성면 읍내리로 귀촌한 김중철(63) 그림책 작가가 저학년반에게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이야기를 구성지게 들려주었다. “팥죽 한 그릇 주면 안 잡아먹지”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에게 다가와 발목을 잡았다. 장달영씨가 보조강사로 협력한다.

결성마을학교의 ‘내 돼지 돈 돼지’ 프로그램은 홍성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보기 힘든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는다.

결성초등학교 4~6학년 학생 7명은 성우농장에서 방목으로 기르는 흑돼지 새끼를 한 학생당 한 마리씩 다음주에 인수한다. 각자 자기 돼지 밥을 주며 길러 11월 14일 돼지마켓에 내다판다. 12일 첫 시간은 돼지 키우는 방법, 돼지 가계부 만들기, 옛날 돼지와 요즘돼지 비교하며 자급자족과 시장경제 배우기, 돼지와 돌고 도는 돈 즉 화폐의 유래, 돼지 판매전략, 판매 광고영상 만들기, 돼지 마켓에 판매, 결산 등 향후 수업계획을 소개했다. 가상 화폐 ‘꿀’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거래하게 만든다.

돼지 키우기와 판매는 도성우농장 이도헌 씨가 강의하고 돼지 경제프로그램은 서은경 씨가 강의한다. 방송다큐작가로 음식관련 글과 책을 쓰는 서은경 씨는 원천마을과 돼지농장이야기를 3년째 스토리텔링하고 있는 작가다. 광고영상 과목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박병혁 사진작가가 실습으로 가르친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해외사업 담당 상무를 역임, 국제금융 전문가였던 이도헌(51)씨는 2013년 결성면 금곡리 원천마을에 귀농, 최첨단 친환경 시설을 갖추고 돼지 동물복지농장을 시작에 널리 알려졌다. 2016년에는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라는 책을 펴냈다. 지난해에는 마을 4곳에 농지를 활용해 돼지 방목장을 별도로 만들었다. 한 곳 당 200평 규모인 방목장에는 6마리의 흑돼지가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고, 물구덩이에서 목욕을 하고 사료와 여러 채소도 마음껏 먹으며 자란다. 이 돼지는 현대백화점 전국 매장에 웰빙 전통식품 브랜드로 납품되고 있다.

▲ 아이들 발목에 호랑이를 묶어주며 그림책 여행 이야기를 하는 김중철 작가

결성농요 전수자 늙어가는 중

결성농요 알기 과목은 다음달 10일부터 결성농요 전수관에서 시작한다. 결성면 성남리와 금곡리에 전승하는 농요는 모심는 소리(겹상사)·건젱이·가래질·아시논맴·지대기소리·만물소리·장원질소리로 구성된다. 겹상사는 모심는 상사류의 결성형으로서 출처지가 결성지방이다. 얼카덩어리류는 서북부 충남이 본고장인 논맴소리인데, 충남 일대뿐만 아니라 남부 경기도에까지 전파돼 있다.

결성농요는 1993년도 제34회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종합 최우수 대통령상을 받았다. 1996년에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 최양섭(崔陽燮)과 최광순(崔光順)은 예능보유자로 인정됐다. 그러나 이들은 별세하고 농요 참가자들은 평균연령이 높아 점점 늙어가고 있다.

이같은 때에 마을학교는 지역 어린이들에게 풍물과 결성농요를 가르친다. 주 강사는 결성농요 전수자 최덕수씨(65)가, 보조강사는 최광돈(72) 이수자가 맡아 8강좌를 연다.

결성면마을학교 운영위원회는 홍성행복교육지구 사업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구성한 단체다.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장동소(45) 사무장이 위원장으로 총괄하며 결성초 학부모 이택호, 김형애씨가 모니터링을 한다. 장동소 위원장은 “결성에 이렇게 훌륭한 인적자원이 있는 줄 미처 몰랐다”며 학교와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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