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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신문사설/칼럼
산티아고 순례길<8>/ 까슬까슬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이현수<홍성읍 남장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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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7  10: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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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수<홍성읍 남장리>

하늘은 맑고 바람도 살랑거리는 산뜻한 날씨에 심한 오르막이나 내리막도 없는 적당한 구릉이 이어지는 평탄한 길에 몸의 컨디션도 차츰 살아나 지금까지 걸어온 까미노 중 가장 편하고 기분 좋은 길이었다. 지난밤 좋은 숙소에서 푹 잔 때문인지 몸이 가볍고 무릎의 통증도 거의 사라졌다.

아침에 숙소에서 제공한 음식으로 식사를 마치고 코니가 소개한 알베르게로 짐을 부치고 가벼운 걸음으로 길을 나섰다. 도시를 벗어나 언덕길을 따라 오르는데 구릉을 따라 밀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중간 중간 아직 새 순도 나오지 않은 꽤 넓은 포도밭이 차지하고 있고 언덕위에 보이는 성당을 향하여 오르는 길옆에 대장간에서 풀무질하는 남자가 있어 들여다보니 멋진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대장간을 지나 계속 오르면서 보니 평범한 성당이 아니고 넓은 포도밭 한편에 엄청 큰 규모의 와이너리가 있어서 지나가는 순례자들이 와인을 한 모금씩 맛볼 수 있도록 와인이 나오는 수도꼭지가 설치된 규모가 큰 이라체라는 이름의 수도원이었다. 수도꼭지를 한번 돌리면 한 모금씩만 나오는데 대여섯 번 돌려서 한잔정도 받아 딸아이 한 모금 맛보라고 주고 나머지 다 마셨더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면서 발걸음도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수도원 앞에서부터 갈림길이 있는데 한쪽은 16킬로미터 한쪽은 17킬로미터로 표시되어 있는 데 아무래도 17킬로  길이 완만할 것 같아서  그 쪽으로 가기로 했다.

걸은 지 한 시간쯤 되었을 때 첫 마을이 나타나고 두 시간쯤 되었을 때 두 번째 마을이 있고 마을을 지나 언덕을 넘으니 이따금 바람이 불면 초록 물결이 일렁이는 밀밭과 낮은 산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마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었는데 까슬까슬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덥지는 않은데 발바닥도 화끈거리고 햇볕이 따가워서 잠시 쉬었다 가고 싶어도 쉴 수 있는 나무그늘을 찾기가 어려운 길을 세 시간 이상 걸었을 즈음 마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는 무릎이 아파서 뒤에 오는 이들에게 계속해서 추월당하면서 걸었던데 비해 오늘은 너무 컨디션이 좋아서 두 번째 마을 어린이 놀이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출발해서 30미터쯤 갔는데 뭔가 허전해서 보니 스틱을 놓고 가고 있었다. 어제 같으면 스틱 없이는 도저히 걸을 수 없었을 텐데 오늘은 스틱을 잊을 정도로 통증이 많이 가셔서 그 사이에 지나쳐간 미국교포아줌마가 딸아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더니 걸음도 잘 걸으면서 그냥 기부하지 뭐하려고 가지러 가냐고 농담하더란다.

두시가 채 안 돼서 오늘의 목적지 로스아르코스에 도착해 어제 코니가 소개해준 Casa de la Abuela (할머니네 집)라는 알베르게에 들어와 여장을 풀었는데 오늘도 코니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코니도 어제 처음 까미노를 시작하면서 길에서 만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오신 할머니에게 소개를 받았다는데 그분도 이미 도착하여 프론트데스크 앞에 앉아 우리를 환영하셨는데 이 할머니 덕분에 이 숙소를 찾은 분들이 많았다. 칠십대 중반은 넘어 보이는 얼굴인데 에너지가 얼마나 넘치는지 히프랑 허벅지 근육이 장난 아니고 코니나 우리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활기 있게 걷다가 절뚝거리며 힘들게 걷는 우리를 보고 핵핵거리며 걷는다고 놀리기도 하셨다.

프론트데스크에 엽서 같은 걸 건네주기에 뭔가 하고 봤더니 사진에 나온 인물이 본인이고 옆에 선 남자는 남자친구고 그 엽서에 쓰여 있는 글귀는 자기가 사는 샌프란시스코 집주소와 미국을 여행할 때 연락하면 재워주겠다는 내용인데 자기는 여섯 번째 까미노를 걷는 중인데 네 번을 이 숙소를 이용했고 여기 올 때마다 사진 한 장씩 두고 갔다는데 데스크 옆 벽면을 보니 사진이 여러 장 붙어있었다.

방에 들어와 샤워를 하려고 보니 만원이라 잠시 기다리는데 코니가 식사하러 가지 않겠냐고 해 씨에스타중이라 밥 먹을 데가 있겠냐고 했더니 자기가 봐두었다고 해서 딸아이랑 따라 나갔더니 숙소 바로 옆 모퉁이를 지나 성당 앞 광장에 순례자들이 가득 앉아 식사를 하거나 차나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메뉴가 전부 스페인어로만 쓰여 있고 종업원도 영어를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데 두 가지  말을 다 잘하는 코니가 있으니 메뉴선택이 편했다.

11유로 순례자메뉴에 열 가지 정도의 요리 중 두 종류와 세 종류의 후식중 하나, 물과 와인중 하나를 코스로 선택할 수 있었는데 빠예야와 오징어튀김 요구르트 와인을 선택했더니 와인이 머그컵 한잔보다도 많은 양이었다. 빠예야는 샤프란이 들어가 노란 색 밥에 여러 가지 해물과 야채가 들어간 요리인데 특별한 향이 없어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고 오징어튀김도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하고 맛있는데 양도 푸짐했다.

식사하며 코니의 가족사진도 보고 우리가족 사진도 보여주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한국 분들이 옆에 앉으면서 맛있냐고 어떻게 주문하는 거냐고 물으셨다. 우리가 주문하는 방법을 설명하며 와인을 이렇게나 많이 준다고 했더니 얼른 먹겠다고 하셨다.

코니에게 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주고 코니의 가족사진을 보시더니 코니아빠가 너무 잘생기셨다고 칭찬하니 그는 이미 결혼했다고 코니가 말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니 다들 밖에 나가 식사를 하는지 아무도 없어 편하게 샤워하고 쉬다가 8시 저녁미사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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