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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권미림의 커피 인물사<9>/ 이 상 (李 箱)-다방을 사랑한 모던 보이권미림<커피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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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2  23: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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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미림<커피인문학 강사>

이 상(李 箱)의 시는 난해하다. 소재가 무엇이든 그의 손을 거친 시는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모호해져 돌아온다. 이 상(李 箱)의 시는 도발적이다. 잔잔한 호수를 휘젓는 물고기처럼 그의 시에 담긴 파격과 불온은 세상의 통념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그러기에 그는 한국 문단의 이단아요 세상을 앞서 간 모던보이다. 그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오감도(烏瞰圖)를 통해서다.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 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이렇게 제 13의 아해까지 무섭다고 그리오.로 끝나는 이 시는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다.

난해한 것은 그의 작품만이 아니다. 스물 일곱에 요절한 이 시인은 한 줄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겹겹의 삶을 살았다. 1910년 한일합방의 소용돌이 속에 태어난 그는 김해경이란 본명을 놔두고 이 상이 되었다. 경성고등공고 졸업 후 건축기사가 된 그를 누군가 이 상이라 잘못 불러 그리 되었다는 설과 절친 구본웅이 준 오얏나무(李) 화구상자(箱)를 기념해 그리 지었다는 설이 있는 이 상(李 箱)은 건축을 전공했으나 그림을 그렸고 시를 썼으나 지리에 능했다. 조선인은 건축가가 될 수도, 설계 사무소를 차릴 수도 없는 식민치하에서 그는 끓어오르는 피학과 자기 파괴적 심정을 난해한 시로 토해냈으리라.

그런 그가 한국 커피 역사에 남긴 흔적은 그의 시 만큼이나 도발적이다. 커피가 귀하던 시절 그는 다방 <제비>를 차려 문인들의 아지트로 삼았고 폐업과 개업을 거듭하며 <쓰루> <무기> <69>라는 이름의 다방을 열었다. 그리고 운명처럼 찾아온 금홍과의 만남. 요양 차 들른 온천에서 알게 된 그녀는 결핵을 앓던 그에게 희망이 되었고 다방 <제비>의 마담이 되었으며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로 유명해진 소설 <날개>의 얼개가 되었다. 때 묻은 버선짝만 두고 떠난 그녀의 자리는 권순옥과 변동림이라는 두 여성이 채우지만 다방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한 그의 꿈은 경제난이라는 거대한 문 앞에서 결국 폐기처분된다. 혹자는 그가 다방을 열어 독립운동을 도모했다 주장하지만 그가 독립운동에 가담한 징후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어쩌면 일부 후학들의 주장처럼 난해한 글 어딘가에 식민통치의 원흉들을 처단할 거사 일정들을 숨겨두었던 건 아니었을까.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사람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박제된 천재로 불린 그는 속내 가득 그만의 줄무늬를 안고 떠났을 것이다. 생의 마지막 때 일본 경찰이 그를 검거하며 붙인 불령선인(不逞鮮人. 사상이 불온한 사람)이란 죄목은 어쩌면 독특하고 기이한 삶을 산 그가 숙명처럼 짊어져야 할 낙인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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