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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마을 살리는 정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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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마을 살리는 정자나무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8.07.11 08: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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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향인들에게 마을 농산물 꾸러미를 전달하는 김애마을 최창범 이장(오늘쪽).
▲ 젊은 정자나무와 대화를 나누며 사는 고목 정자나무.

7월 7일 홍동면 금평리 김애마을(이장 최창범)은 출향인들을 초청, ‘제5회 김애마을 만남의 날’ 잔치를 벌였다. 마을회관 강당에 ‘출향인 여러분,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출향인과 주민 100명 가량이 모여 기념식을 갖고 음식을 나눴다. 정자나무집 큰 아들 이운학 출향인이 인사말을 했다.

“오래 전, 마당가 정자나무와 매일 무언의 대화를 나누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해, 고향 빈 집에 들렸더니 300년 된 정자나무가 시들시들 사그라들기 시작하더라구요, 홍성 유명한 조경사를 불러 나무를 살릴 처방이 없나 물었습니다. 나무를 살펴본 그가 치료약은 없고 한 가지 비책이 있긴 한 데 돈이 든다고 했습니다. 30년 동안 나무를 심고 가꿔왔다는 전문가의 말을 믿고 200만 원을 주며 비법을 의뢰했습니다. 4톤 트럭에 정자나무를 하나 싣고 오더니 5미터쯤 떨어져 심는거예요. 이 고목은 대화 상대가 없어 외로워 죽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옆에 젊은 나무를 심어 대화를 시키고 기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자나무 고목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싱싱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쇠퇴하던 마을에 찾아와 노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마을을 살려주신 귀농인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마을을 살리고 발전시키는 젊은 정자나무들입니다.”

1990년대 중반, 이달헌씨가 이장을 볼 때 김애마을은 열아홉집까지 줄어들어 옆 상하중 마을과 통합논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그러나 마을 전통과 자존심 때문에 반대자가 많아 통합이 무산됐다는 것. 그 뒤 귀농·귀촌인들이 한 집 두집 들어와 집을 짓고 살면서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년 전에 제일 먼저 들어온 이환의씨는 도시인 농사체험기를 책으로 출판했다. 아이들이 피해 다니던 음습한 골짜기 ‘신선당’은 유재수 그림동화작가 등 다섯집이 들어와 예술인촌으로 변모했다. 현재 홍동면사무소에 등록된 김애마을 인구는 54가구 110명. 홍동면에서 가장 많은 인구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 귀농인에게 이 마을을 선호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홍동에서 거의 유일하게 축사가 없어 악취 안 나는 마을, 다홍산과 음산을 뒷 배경으로 탁 트인 들판을 내다보는 아름답고 시원한 마을 생김새, 그리고 외지인들을 배려하는 마음씨 고운 이웃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7월 7일은 본격적인 더위를 알리는 소서(小暑), 국가에서 정한 협동조합의 날(매년 7월 첫 째 토요일), 도농교류의 날이었다. 그리고 김애마을 만남의 날. 마을에서는 출향인들에게 유기농 흑미, 찹쌀, 감자, 노각을 담은 꾸러미(싯가 2만5000원) 한 상자씩 안겨주고 출향인(회장 이정학)들은 마을에 100만 원을 전달했다. 마을 공동 카톡방에는 참가자들의 감동적인 후기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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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직 2018-07-19 10:14:18
노인들에게 제일 큰적은" 외로움 "이라고합니다.아마도 홀애비 정자나무가 외롭게살다보니 젊은 색시가 그리웠나보죠?정자 살려준 조경사 진짜박사네요,홍동.홍성에도 냄새나는 축사가 사라지면 지금이라도 고향에 살고싶어요,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냇가에는 붕어 피래미.송사리,미꾸라지가,살고있는 송펭이 냇가 얼마나 멋진지요,마을을 사랑하는 출향인들과 마을을 깨끗하게 지키려는 동네사람들에게 박수을 보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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