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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갈산면 내갈리 꾀꼴봉 용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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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갈산면 내갈리 꾀꼴봉 용바위’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5.2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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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지네가 원수지간이 된 내력
▲ 꾀꼴봉 중턱 용바위.

옛날부터 닭과 지네는 상극이라는 말이 전해온다. 집 주변에서 나뭇잎을 헤치며 먹이를 찾던 닭들은 지네를 발견하면 발로 쿡 누른 후에 가차 없이 쪼아 먹어버린다.

 지네는 유난히 닭고기나 닭 뼈를 좋아한다는 속설도 있다. 민간에서 약으로 쓰기 위해 지네를 구하려면 항아리에 닭 뼈를 담아놓는다. 닭 뼈를 좋아하는 지네를 많이 잡기 위한 유인책인 것이다.

 옛 어른들은 허리가 아플 때 지네말린 것과 닭고기를 함께 삶아 약으로 사용했다. 지네가 갖고 있는 독을 제거하기 위해 닭을 함께 넣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원리도 닭과 지네의 상극관계를 의약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산제당 모습.

각 지역에 전해오는 전설에도 닭과 지네 이야기가 많다. 마을의 형국이 지네를 닮아서 우환이 많은 마을에서는 닭의 형상을 조각하여 세워놓기도 한다. 닭을 세워놓음으로써 지네의 화를 막을 수 있다는 재미있는 풍수이야기인 것이다.

 우리고장 홍성군 갈산면 내갈리 꾀꼴봉 중턱에 용바위가 있다. 이곳에 지네와 닭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용바위 밑에는 지네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 지네는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다. 새벽마다 산꼭대기에 올라가 하늘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백 년 동안 기도하면 용이 되게 해준다는 응답을 받고 열심히 기도하며 살았다.

 지네가 열심히 기도하며 백년의 세월이 흘렀고 승천하는 날이 되었다. 이날은 마침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씩 만난다는 칠월칠석이었다.

▲ 산제당 미륵불상.

지네는 칠월칠석 자정에 하늘로 승천하기 위해 서서히 용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칠월칠석 자정은 초승달도 지고 별빛만 유난히 밝았다. 하늘로 승천하려면 천지가 잠들어 조용한 자정에만 가능했다. 천지는 숨죽인 듯 고요하고 아무도 지네의 변신을 엿보거나 방해하지 않았다.

 용으로 변신한 지네가 긴 꼬리를 휘저으며 하늘로 오르려는 순간이었다.

 “꼬끼오!”

 난데없이 산 아래 민가에서 수탉 한 마리가 날개를 퍼득이며 정신없이 울어댔다. 이어서 이집 저집에서 닭들이 합창하듯 정신없이 울어대는 것이었다. 새벽에나 우는 닭들이 자정에 우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

 지네는 주변이 어수선하고 방해꾼이 생기는 바람에 승천할 수가 없었다. 다시 옛 모습대로 지네로 되돌아왔다. 백년의 길고 긴 기다림은 모수 수포가 되고 말았다.

 지네는 화가 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즉시 마을로 내려와 울고 있는 닭들에게 독을 품어대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울어대던 닭들은 모두 죽었고, 독을 품어대던 지네도 기진맥진하여 죽었다. 이후 닭과 지네는 서로 원수가 되어 살게 되었다.

 꾀꼴봉 중턱 용바위는 옆으로 누워있는 모습이다. 옛날에 마을 꼬마들이 바위에 올라가 놀기도 했다. 바위 아래로는 커다란 굴이 뚫려있었다. 이 굴에서 지네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왔다. 지금은 세월이 흐르면서 굴은 흙과 낙엽으로 막혀버렸고 닭과 지네가 원수가 된 내력이 전설로 전해오고 있다.

 용바위에서 20여미터 아래로는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산제당이 있다. 해마다 음력 정월 보름에 산제를 지내던 곳이다. 1960년대부터 마을에서 지내던 산제는 없어졌고 산아래 암자에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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