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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감원 없이 임금인상 … ‘1일 2교대’가 낳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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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감원 없이 임금인상 … ‘1일 2교대’가 낳은 혁명
  • 심규상 기자
  • 승인 2018.05.21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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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크로바 아파트의 실험 확산

아파트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인상되면서 그런 양상이 더 심해졌다. 서울시의 최근 전수조사 결과, 서울시내 아파트 171개 단지에서 300여명이 해고됐다.

하지만 대전 크로바아파트(20개동 1600여 가구)에서는 기존 40명 경비원이 그대로 일하고 있다. 경비원들은 인상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아파트의 위탁관리업체는 (주)대흥(대표 이규화)이다. 이 업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감원 여부가 쟁점이 되자 일찌감치 ‘아파트 관리혁신방안’을 내놓았다. 한마디로 감원 없이, 입주민의 추가 부담없이, 임금을 인상하는 묘안이다.

‘1일 2교대’ 경비 도입한 아파트 근무시간은 줄고 월급은 늘어

이전에는 이 아파트 경비원들도 다른 아파트처럼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했다. A경비원을 예로 들면 오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6시 퇴근했다. 하루를 쉰 뒤 다음 날 오전 6시 또 출근했다.

지난 2007년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오르자 대다수 아파트가 휴게시간을 만들어 사실상 임금을 줄였다. 적게는 하루 7시간에서 많게는 9시간씩 휴게시간을 정해 해당 시간만큼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휴게시간 동안 아파트단지를 벗어날 수도 없다. 실제 근로시간은 24시간이지만 임금은 휴게시간만큼 빼는 구조다.

게다가 올해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입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2억 원이 추가됐다. 2020년이면 7억4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대다수 아파트가 경비절감을 이유로 경비원 수를 줄이는 이유다.

하지만 크로바 아파트는 달랐다.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편법으로 운영되던 휴게시간을 없앴다. 대신 1일 2교대 근무+야간당직자 제도를 도입했다. 아침 6시부터 오후 2시 근무자와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 근무자로 나눈 뒤 야간당직 근무자를 편성했다. 수년 동안 대안 찾기에 주력한 결과물이다.
어떻게 다를까? 기존 아파트 경비원들이 주야간을 합쳐 월 약 256시간 정도 근무한다. 여기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휴게시간을 합치면 실제 근무시간은 월 360시간으로 늘어난다.

크로바아파트가 도입한 근무제도는 야간 당직시간을 포함, 월 228시간으로 줄었다. 경비원들에게는 인상된 최저임금이 지급됐다. 휴게시간을 없애 일찍 퇴근도 가능해졌다. 근무 시간은 대폭 줄었지만 임금은 이전보다 다소 늘어났다.

크로바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가 힘을 합쳐 개선안을 만들고 시행했다. 시행이후 여러 아파트로 확산되면서 관련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말여행 다니는 아파트 경비원, 주민들도 대만족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해당 아파트 경비원들은 “마음이 편하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며 반겼다. 주말여행도 가능해졌다. 이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백아무개씨는 “예전에는 경비실에서 밤을 꼬박 새우고 나면 신체 리듬이 깨져 힘들었다”며 “근무 형태가 바뀐 뒤 몸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경비원들의 서비스도 좋아져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 방안이 도입되자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노동고용부, 국토교통부, 대전시 등 행정기관이 큰 관심을 보였다.

새 제도가 아파트 경비원 감원을 막는 지속가능한 대안으로 알려지면서 대전 선비마을 2단지 등 여러 아파트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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