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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간호사 떠나고 … 문 닫은 산후조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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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간호사 떠나고 … 문 닫은 산후조리원
  • 나지영 기자
  • 승인 2018.05.18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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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후조리원 개원 당시 모습. 사진제공=홍성의료원

홍성의료원 산후조리원에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사실상 폐쇄수순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에 살고 있는 산모들은 타지에서 출산을 하고 있고, 산후조리원은 간호인력 확보도 어려운 상태다. 홍성의료원 산후조리원은 건축비 제외 국·도비 6억원을 들여 의료원 별관 1층에 14실의 산모실과 수유실, 찜질방 등의 시설을 갖추고 개원했다. 2013년 문을 열어 올해로 개원 5년차지만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은 2년 9개월에 불과하다. 올 11월, 임시휴업이 종료되지만 마땅한 대책은 없다.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출산하러 떠나는 산모들

홍성에 살고 있는 산모들이 대전,천안 등의 시 단위의 도시로 떠나고 있다. 출산을 하기 위해서다. 2017년 기준, 홍성군에 출생신고 된 아기 1383명 중 158명이 홍성의료원에서 태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홍성의료원이 홍성에서 분만이 가능한 유일한 의료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때 전체 출생아 중 89%가 타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성읍에 살고 있는 32주차 임산부 이지원 씨(35)도 대전에서 출산을 할 예정이다. 분만과 산후조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홍성에 살고 있는 엄마들끼리도 출산은 큰 지역에서 해야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산모들은 분만과 산후조리를 모두 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데 홍성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돈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선택지가 많은 큰 지역에서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현재 홍성에는 분만과 산후조리가 동시에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다. 분만병원 조차 홍성의료원이 유일해 다른 지역 산모들처럼 여러 병원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이 불가하다. 홍성지역 산모들이 대전, 천안 등 규모가 있는 도시로 몰리는 이유다.

개원 초기부터 불안

산후조리원은 홍성에 거주하고 있는 산모들이 겪고 있는 원정출산에 의한 경제적ㆍ정신적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했다. 산모들도 출산과 산후조리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는 이내 우려로 바뀌었다.

조리원의 상황은 개원 초기부터 위태로웠다. 개원 두 달만에 돌연 인력부족으로 잠정휴업에 들어갔고, 2016년에는 조리원 신생아들이 호흡기 세포융합바이러스인 RSV에 감염되며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또 다시 간호인력부족으로 올 11월까지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더 이상 조리원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출산을 앞 둔 예비엄마들 사이에서는 산후조리원이 재개원을 하더라도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다수다. 20주차 임산부 최 모씨는 “같은 주수의 엄마들과 함께 아산, 천안 등에서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고 있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리원을 이용하겠다는 것이 일반적” 이라고 전했다.

▲ 올 11월까지 임시휴업상태인 산후조리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간호인력 조차 없어

산후조리원이 재개원을 못하는 이유는 인력부족 때문이다.

조리원 개원 당시, 의료원은 조리원에 간호사 3명과 조무사 2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개원 두 달만에 인력난에 부딪쳤다. 의료원의 중추인 진료과와 병동마저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조리원 간호사 배치의 발목을 잡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조리원에 근무하던 간호사 3명 중 2명이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직한 간호사들은 ‘밤근무’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산후조리원에 배치 받은 간호사들은 번갈아 가며 한달 중 10일 밤 근무를 맡았다. 잦은 밤근무에 생활균형이 깨져버리며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했다. 인력부족이 낳은 결과였다.

홍성의료원 최남영 간호과장은 “간호인력이 충분하면 간호사들에게 쉴 시간을 주고 융통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지만 현재 간호인력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기준 홍성의료원의 간호사 정원은 210명이다. 육아휴직 등 11명 제외하면 실 근무인원은 165명이다. 퇴사자를 감안한다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올해 집계된 퇴사자 수만 23명이다.

의료원 내부에서는 간호인력이 50명 이상 충원되지 않는 이상 조리원 운영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 간호사는 “산후조리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진료과 마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산후조리원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군과 도는 조리원의 재개원을 위한 대책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성군보건소 관계자는 “예산지원으로 해결될 문제라면 대안이라도 만들겠지만 인력부족 등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보니 군 차원에서도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도 복지보건국도 뚜렷한 방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복지보건국 관계자는 “현재 홍성 지역 산모들에게 산후조리정책의 일환인 산모신생아건강관리서비스를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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