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9:19 (수)
<홍성인> 13년째 오토바이 배달 동해루 박상현 씨
상태바
<홍성인> 13년째 오토바이 배달 동해루 박상현 씨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8.05.16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문, 시간 여유있게 해 주세요”
 

여러 사정으로 어려서 방황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도 다니다가 그만뒀다. 먹고 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홍성읍 오관리 조양문 인근에 위치한 중화요리 전문점 동해루에서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건넨다는 것이 즐거웠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오토바이를 타는 재미는 덤으로 따라왔다. 박상현(37) 씨는 24살에 시작한 배달을 오늘도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

박상현 씨는 오전 10시에 출근해 홀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배달음식에 같이 나갈 단무지와 양파를 정성껏 포장한다. 하루에 30건 이상 배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놓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낮 12시가 가까워지면 상현 씨는 물 한잔 제대로 마실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해진다. 사람들이 대부분 12시 전후로 배달을 원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홍성읍 구석구석을 누빈다. 좁은 길을 다닐 수 있는 오토바이 장점을 십분 활용해 골목부터 이면도로까지 모르는 길이 없을 정도이다. 이제는 배달을 원하는 손님의 주소만 전해 듣고도 누가 무엇을 시켰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베테랑이 됐다.

남들처럼 도시에서 생활해보고 싶기도 하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잠시 동해루를 떠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상현 씨의 발길은 다시금 동해루로 향했다. 꾸준히 배달을 하다 보니 이제는 홍성에 있는 중화요리 음식점에서 제일 오래된 오토바이 배달꾼이 됐다.


오랫동안 한 곳에서 호흡을 맞춰오다 보니 상현 씨는 동해루에서 가족같은 존재다. 사장 부부가 자리를 비울 때에는 돈 계산은 물론 물품 대금도 상현 씨가 직접 지불한다. 동해루 개신화 사장은 “상현이는 가족과 같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꾀를 부리지 않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을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토바이 배달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가 오면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문한다. 비옷을 입긴 하지만 배달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속옷까지 비에 흠뻑 젖기 일쑤이다. 눈이라도 오면 곳곳이 빙판이라 긴장에 또 긴장을 해야 한다. 배달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지청구를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상현 씨는 “눈 내리는 추운 날 가정집으로 배달을 간 적이 있는데 손님이 고맙다며 따뜻한 차를 한잔 준 적이 있는데 그 때의 감동을 결코 잊을 수 없다”며 “나도 누군가에게 음식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함과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현 씨는 사람들에게 시간 여유를 갖고 주문을 해 달라고 신신 당부했다. “음식을 주문하실 때 시간을 여유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가 고파서 기다리고 있을 손님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주문을 하자마자 빨리 갖다 달라고 재촉하면 제 마음이 급해지고, 자칫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늦어도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