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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제는 제가 업어 드릴게요”
민웅기 기자  |  mwk@h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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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1  14: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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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동안 병든 노모 수발
철길 넘고 걸어 병원 다녀

경희 씨는 오늘도 버스를 탄다. 구항면 지정리 대정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논길 지나 기찻길 건너 2㎞가 넘는 길이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르는 법이 없다. 그 길 끝에는 노모가 산다.

91세인 어머니는 장기요양 3등급에 치매가 있다. 18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로는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거동은 물론 생활이 어렵다. 삼시세끼를 포함해 모든 것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희 씨가 ‘친정행’을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이유다. 아침 9시 정도면 도착해 저녁에 퇴근하는 오빠와 교대한다. 오빠도 수원에서의 생활을 접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10년 전 홍성으로 내려와 직장을 다닌다.

경희 씨의 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머니는 일주일에 꼭 두 번 병원에 가야한다. 차가 닿을 수 있는 철길 밑 농로까지 1㎞ 정도를 어머니를 등에 업고 오르내린다. 예전에 엄마가 업어주던 그 길이다.

기차가 가장 무섭다. 어머니를 업은 채 건널목도 없는 철길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적에 놀라 쓰러질 뻔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요령이 생겼다. 기차가 지나는 시간을 일일이 핸드폰에 알람으로 맞춰 놓았다. 기관사들도 모녀가 철길 근처에 나타나면 경적 대신 기차를 잠시 멈추고 지나가기를 기다려주곤 한다.

몇 년 전부터는 철길 밑에서 병원까지 이동을 돕는 사람이 있어 병원 갈 때마다 차량을 알아봐야 하는 수고로움을 면할 수 있게 됐다. 정유택 씨는 우연히 경희 씨의 효성을 접하고 차량 운행과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어머니를 챙기고 모시는 일이 앞으로는 좀 더 수월해 질 것으로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경희 씨 친정은 지정리의 끝자락에 있다. 앞으로는 기찻길, 뒤로는 산이 막아 차량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척괴리에서 집 뒤로 연결되는 길이 있으나 비만 오면 발목까지 빠지는 오르막 내리막길이 이어져서 평소 때도 차가 다니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요양보호사들도 왕래를 꺼릴 수밖에 없는 고립된 동네로 남았다. 세 집이 살다 한 집만 남게 됐다.

그런데 얼마 전 구항면사무소가 이 길의 일부 150m를 시멘트 포장하기로 결정했다. 경희 씨는 벌써부터 신이 난다. 어머니를 이제 좀 더 편하게 병원에 모셔다 드릴 수 있게 됐다.

30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어 시집도 홍성으로 간 송경희 씨도 이제 53세가 됐다. 자신도 2015년 암 수술을 하고 항암 투병을 견뎌야 하는 몸으로 노모를 돌본다. 날이 저물어야 시작되는 엄마, 아내로서의 역할도 삶의 더께다. 경희 씨는 그래도 “어머니가 오래오래 사시는 게 소원”이다.

어버이날을 하루 넘긴 9일, 경희 씨는 이 날도 어머니를 업고 기찻길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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