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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학교 설립자들의 지역운동사(1)-이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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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학교 설립자들의 지역운동사(1)-이찬갑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8.04.26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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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교육으로 인간과 민족 살리고저

풀무학교 공동 설립자 이찬갑과 주옥로의 지역운동과 관련된 생애를 2회로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주>

오산학교 이은 이상적 학교설립 꿈 37년 만에 홍동서 실현

 

이찬갑은 1904년 평안북도 정주군 익산면에서 태어났다. 작은 할아버지 남강 이승훈이 세운 오산학교에 재학 중 2학년 때 중퇴했다. 오산학교는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을 배출하는 소굴로 평가받고 있었다. 일제는 3.1운동에 참가한 남강을 감옥에 가두고 오산학교를 불태워 버렸다. 건물을 다시 지어 정규학교로 인가를 추진하자 이찬갑은 일본 총독부에 머리숙이며 인가를 구걸할 것이냐며 불만을 갖고 교문을 차고 나온 것이다. 열일곱살 중학교 2학년 학생이.

학교를 설립 운영하는 남강의 성격이 불같아 오산 일대에서 그의 말을 거스르는 사람이 없었으나 유일하게 이찬갑이 바른말을 했다. 그러면서 남강의 꿈과 이상을 가장 잘 이어받았다.

남강은 오산학교가 있는 용동마을을 산업과 교육이 연결돼 완전한 자치를 이룩하는 이상촌으로 건설하려고 했다. 오산 일대가 식민지 조선에서 가장 모범적인 경제적, 문화적, 윤리적모범지역으로 만들어 조선민족 전체가 본받게 하고 싶다는 꿈이었다. 이 꿈은 당시 오산 지도자들 모두의 꿈이 됐다. 그리고 그 꿈을 실천하는데 앞장 선 사람이 젊은 청년 이찬갑이었다.

이찬갑은 이같은 지역운동을 청년회를 결성해 추진했다. 1931년 3월 26세에 오산양계조합장을 맡아 2년간 활동했으며 33년 7월부터는 오산소비조합 전무이사로 2년 동안 운영했다.

오산학교가 변질됐다고 생각한 이찬갑은 오산학교의 결점을 보완한 이상적인 학교설립을 꿈꿨다. 34세가 되던 1938년 6월 일본 시즈오카현 누마스시 구즈라 국민고등학교에서 6개월간 근무했다. 일본 무교회 창시자 우찌무라 간조의 친구 와다시 도라시가 설립한 이 학교는 덴마크 그룬트비 사상을 어어받아 일본에서 실천한 학교다. 이찬갑은 여기서 그룬트비 사상을 배우고 조선에서 새로운 학교 설립을 꿈 꿨다.

북한 독재, 남한 부패에 실망

이찬갑은 1948년 5월 남쪽으로 내려왔다. 우리나라는 1945년 8월15일 해방되자 남쪽은 미군정이 실시되고 북쪽은 소련군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 통치에 들어갔다. 1947년 북쪽의 독재정치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내려왔다. 우리나라 무교회 지도자로 그 해 북에서내려온 노평구는 <성서연구>잡지에서 “이찬갑 선생은 북쪽을 지키려고 했는데 추방당하다 시피 내려와 1년 늦었다”고 썼다. 토지개혁이 단행중인 당시 이찬갑은 인민대회장 단상에 성경책을 들고 올라가 “여러분의 토지개혁은 2000년 전 예수시대에 했던 것으로 새로운게 아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북쪽의 독재정치를 피해 내려온 이찬갑에게 보이는 남쪽은 부패와 무분별한 외래 문화유입으로 난장판이었다. 그는 잡지에서 “북녁은 시베리아 벌판이고 남녁은 여름날 푹푹 썩는 뒷간같다”고 썼다.

북쪽과 남쪽에서 실망하고 6.25전쟁까지 지켜본 이찬갑은 새로운 나라, 새로운 민족, 새로운 세상을 간절히 염원했다. 농촌에서 인간을 새롭게 만드는 정신교육을 통해 민족의 살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 부산 대연초등학교, 경기도 여주 대신중학교, 인천 해성고등학교에서 강사로 근무한 후 강원도서 추진하려다 불발되자 홍동에서 주옥로를 만나 풀무학교를 설립했다.

1958년 4월 23일, 오산학교가 변질됐다고 뛰쳐나온지 37년 만에 이상적인 학교설립 꿈을 홍동에서 실현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 정년퇴임이 가까운 55세에. 1960년 12월 차가운 방에서 수업 준비중 연탄가스 중독으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이찬갑이 풀무학교에서 가르친 기간은 고작 3년. 그러나 민족과 농촌, 청년 사랑의 불타는 정신교육은 강직한 성격과 맞물려 60년간 풀무의 정신적 바탕이었다. 그 영향은 이 학교가 계속되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찬갑 배운 일본시즈오카 충남도와 자매결연

풀무학교 설립자 이찬갑이 6개월간 근무하며 덴마크 그른트비 사상을 배운 일본 시즈오카현 누마스시와 홍동면이 민간교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3일 시즈오카현청 해외교류 담당 공무원 2명이 홍동 마을학회를 방문했다. 충남도는 2013년 4월 시즈오카현과 자매결연을 맺은 사이다. 충남도는 환경농업을 하는 홍동면과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으로 마을만들기를 선도적으로 하는 시즈오카현 도우몬노회와 결연을 주선하고 있다. 충남도와 시즈오카현은 풀무학교의 설립자와의 역사적 인연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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