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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행복교육지구, 디테일 채워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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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행복교육지구, 디테일 채워 나가야
  • 홍성신문
  • 승인 2018.03.16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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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우리 교육은 일반 행정과 분리된 독립적인 분야였다. 지방자치 이후에도 교육 자치는 교육부-교육청으로 이어지는 국가의 통제 아래 별개로 다뤄졌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명언이 교육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요즘에도 여전히 지역사회와 학교 사이의 장벽은 높다.

지난 9일 홍성군과 충남교육청-홍성교육지원청이 ‘행복교육지구’ 업무협약을 맺었다.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허물고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동반자로서 군과 교육청이 손을 맞잡은 것이다. 충남형 혁신학교 100개를 공약했던 김지철 교육감은 “학생의 성장이 마을의 성장이고, 마을의 성장이 곧 학생의 성장이 될 수 있도록하자”고 했고 , 김석환 군수는 “홍성의 특색을 살리는 교육자원과 역량을 모아 상생을 이루자”고 화답했다.

충남교육청이 지자체와 손을 잡고 추진하고 있는 ‘행복교육지구’는 향후 5년 간 매년 5억씩 약 25억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학생들에게는 삶과 배움을 일치시키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교육, 생활밀착형 체험중심교육을 제공하고, 이에 걸맞게 재구성된 학교교육과정에 지역의 교육적 자원과 주민 교사의 참여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학교교육의 틀을 뒤집는 이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마을의 아이들이 마을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성인이 되어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하자는 것이다. 인구절벽의 시대, 소멸되어가는 마을을 손 놓고 지켜봐야만 하는 우리에게 너무나 솔깃하고 절실한 대안이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마을교육공동체는 아직 선언적 가치만 있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디테일이 부족하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이 학교교육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으로 꾸준히 지속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넘어서야할 과제들이 너무나 많다.

일단 마을과 학교가 서로 잘 알아야 뭐든 할 수 있는데 아직은 서로 너무 모른다. 특히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하는 전문가 그룹인 교사들의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인적교류의 양과 질을 높이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마을과 학교가 지속가능한 힘을 가진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가치와 비전을 공유해야한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과 철학을 담지 못하는 공동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우리아이들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으로 살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매우 철학적인 숙의와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음은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는 고리는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또 학부모와 주민들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매개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한다. 이는 지자체와 교육청,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 활동가와 기관이 그물망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며 정기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는 일이 많아져야 가능하다. 지속적인 학습과 토론을 통해 우리만의 해답을 찾고 함께 참여해야 이루어진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학교협동조합은 학교와 지역이 협력하고 참여를 촉진하는 매개로서 손색이 없지만 협동조합의 특성상 이윤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한계 역시 분명하다. 사교육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학교 안으로 들어간 방과 후 교육이 시장화 되어가는 과정을 우리는 이미 보아왔다. 마을교육이 마을의 미래 가치를 실현하고 지속가능하려면 돈을 뛰어 넘는,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그 이상의 사회적 가치를 그 중심에 내세워야 한다.

“마을의 성장이 곧 학생의 성장”이 된다는 교육감의 발언 속에 이미 답은 들어있다.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변화와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상상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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