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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칼럼/ 주진익<금마중학교장>교육3주체 생활협약 통한 자율적 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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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8  15: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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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익<금마중학교장>

기독교재단에서 설립한 D고등학교의 아침은 교내에 울려 퍼지는 찬송가 소리로 시작된다. 학생회장 바울은 종교가 없다. 매일 반복되는 종교수업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교장실을 찾아가 강제 예배는 부당하다고 항변한다. 그 누구도 그의 말을 귀담아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바울은 결국 강제 예배를 거부하고 1인 시위와 단식투쟁을 감행한다. 이에 학교는 ‘제적’이라는 극약처방을 하는데, 과연 바울은 다시 평범했던 날들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04년 우리사회에 큰 파장을 준 한 고등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영화 ‘미션스쿨(2015)’의 줄거리다.

D고등학교에서 바울은 어떤 존재인가? 학생은 교육 받을 권리와 동시에 의무가 있는 존재다.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은 범죄행위 이외의 이유로 어떠한 교육적 권리도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 또한 원만한 관계유지와 교육활동, 안전 등을 규정한 ‘교칙’에 의한 의무도 이행되어야 한다. 학교의 명예를 위해 학생들의 권리가 훼손되지 않아야 되고, 학교나 교사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부당한 의무가 강요되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칙에 대하여 제대로 알려주고 동의를 구해야 정당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불합리한 교칙에 대하여 학생을 포함한 교육공동체의 참여로 개정되어야 한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교칙이 개정되고 있는 중이다. 학생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생활규정’이 ‘교육 3주체 생활협약’이란 이름으로 활발히 개정되고 있다. 생활협약은 학교와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수직적이고 타율적인 규정이 아니라, 교육3주체(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참여해 서로 지키기로 합의한 공동의 규약이다. 학생회 모임을 통해 학생생활협약을 만들고, 학부모회의를 통해 학부모생활협약을 만들고, 교직원학습공동체를 통해 교사생활협약을 만든다. 그리고 교육3주체가 참여한 몇 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교정한 후 최종 확정·공포한다.

스스로 참여하여 만든 생활협약은 자기구속력이 강하다. 특히, 스마트폰과 두발, 화장과 같이 학생들에게 예민하면서 학부모나 학교와 대립되는 부분은 더욱 그렇다. “스마트폰은 자신의 소유물이므로 동의 없이 낼 수 없다.”라는 논거를 제시하는 학생과 “수업 방해로 인해 학습권 침해된다.”라는 논거를 제시하는 학부모의 대립을 “스스로 소지하고 수업시간은 선생님의 허락 없이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단, 점심시간만 허용한다.”는 절충안을 한 학기동안 열띤 논쟁을 벌이며 만들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힘든 민주적 절차를 통해 만들어진 협약은 스스로 복종하기에 충분하다.

학생들에게 미래를 위하여 현재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가? 우리들의 삶 속에서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 가장 아쉬워하며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희생돼버린 현재, 즉 과거이며 과거로 되돌아가고 싶은 미련에 대하여 겸허히 반성해야한다. 과거는 단순한 기억, 즉 정보일 뿐이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허상일 뿐이지만, 현재는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는 바로 이 순간으로 가장 가치 있는 것이기에 희생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고 관계성 향상과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제2의 D학교와 바울의 비극을 예방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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