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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생미식당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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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생미식당 폐업
  • 이번영
  • 승인 2018.02.01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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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 복지 문화 공간 사라졌다
▲ 하루 최고 170명까지 찾는 장곡면 유기농전문식당 생미식당.

26개 기관단체 월 1-2회 회식 광천으로 나가야

장곡면 신풍리 홍성유기농영농조합 직원 10여 명은 조합 안에 주방을 차려놓고 점심식사를 했다. 2km쯤 떨어진 젊은협업농장 사람들 10여명이 같이 먹자고 찾아왔다. 전담자를 두고 두 기관 구내식당이 됐다.

2013년 면소재지에서 청양쪽 길가 언덕에 건평 약 200평 식당 자리가 하나 나왔다. 식당을 하다 거듭 실패한 자리인데 전세금 3000만 원으로 가격이 쌌다. 다른 기관에서 20명만 고정으로 더 오면 식당을 차려도 될 것 같았다.

홍성군 오지 장곡면 소재지에는 짜장면집을 포함 작은 식당이 2곳뿐이다. 장곡에는 면사무소, 농협 등 기관과 이장상록회 등 사회단체가 26개 있다. 그들은 한 달에 한 두번씩 회식을 하는데 20명 이상 들어갈 곳이 없어 광천이나 청양으로 가야 한다.

당장 3500만 원이 필요했다. 홍성유기농, 협업농장 그리고 임응철 이장과 정민철 협업농장 이사, 김경숙씨가 동참해 700만 원씩 출자했다. 3월8일 ‘생미식당’으로 이름 짓고 유기농 전문 한식 뷔페식당 문을 열었다.

한상에 5000원. 싱싱한 유기농 채소와 무항생제 축산물만 사용하고 고춧가루, 참기름 등 조합에 없는 재료는 마을에서 생산 판매하는 값으로 사들였다. 밥상이 싱싱하고 맛이 있었다. 면내 공직자들이 거의 찾아왔다. 15개 기관에서는 장부를 만들어놓고 매월 말에 결제했다. 농민들이 들판에서 일하다 들어왔다. 이웃 홍동면과 홍성에서까지 찾아왔다. 하루에 100명 이상, 많은 날은 170명까지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생미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었다. 농가주부 4명이 옆 칸에 차린 까페 띠앗에서는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에 2000원, 지역 유기농산물 가공품을 판매했다. 2층 방은 젊은협업농장 직원 3명의 숙소 및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됐다.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식당, 농민밥집, 친환경농산물 판로, 6명의 일자리 창출, 기관과 농민의 소통의 장, 외지 젊은 사람들의 유입 통로가 되는 등 장곡면의 중심지 기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홍성은 물론 중앙에까지 알려져 사회적경제의 모델로 평가 받았다.

▲ 까페 ‘띠앗’ 입구에 진열된 지역농산가공품.

재료비 높고 임대료 크게 인상

그런데, 운영은 녹녹치 않았다. 2013년 첫해에 2000여 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첫해는 운영도 미숙했지만 원가비용이 컸다. 일하다 온 농민들은 너무 많이 먹어 자율급식 하지말고 밥을 퍼주자는 직원도 있었다. 재료비가 60~70% 차지했다. 저녁에 술과 고기를 팔아서 보충해 전체 47%로 낮춰진 것이다. 밥값을 2016년과 2017년 두 번 1000원씩 인상했다. 그래도 어려웠다.

2014년 고용노동부의 일자리창출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아 인건비 지원을 받았다. 2016년까지 3년간 5000만 원을 받았다. 3년 동안 3100만 원의 흑자가 생겼다. 지원금이 없었더라면 2000만 원 적자였던 셈이다. 2017년에는 지원이 끝나고 완전 자립 운영했다. 3억 2000만 원 매출을 올렸지만 870만 원의 적자가 났다. 10월 화재가 발생해 수리하느라 한 달 문을 닫았으니 건강한 적자다. 잘만 하면 되겠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그런데 새해부터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받았다. 매월 180만 원에서 210만 원으로 올리고 2층 방은 빼달라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올랐다. 긴급 이사회는 올해 2500만 원 적자를 예상했다.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1월 31일로 문을 닫고 말았다. 개업한 지 5년 만이다. 장곡에 점심 먹을 곳이 사라졌다. 젊은 농민 3명은 갈 곳이 없다.

“협동조합식당 만들자”

1월 27일 오후 1시 식당 책임자와 관심있는 외부인 12명이 모여 3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 소장, 박영선 마을학회 대표, 정진규 홍성군청 마을공동체 팀장도 참석했다.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지역을 활성화시킨 후 내쫓기는 현상)이라는 말도 나오고 생미식당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생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농촌 전체 문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일소공도에서는 이날 나온 대책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기록했다.

△생미식당이 지역에 갖는 의미와 역할, 식당이 사라질 경우 일어날 문제 등을 외부에 알려 공론화하자 △적자운영의 원인과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자 △식당 운영 주체를 바꾸자 △새 주체는 기존 협동조합방식 보다 출자자가 직접 운영하는 직원협동조합으로 하자 △임대료 부담을 없애기 위해 군청 등에 제3의 장소에 토지와 건물 준비를 요구하고 주민이 운영하 하자 △동네 사랑방, 문화 예술 등 복지문화공간 기능을 강화하자 △이번일로 주민을 주체적으로 조직해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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