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8:47 (금)
<펙트체크> 고병원성 AI 주범 오리로 집중되는데…
상태바
<펙트체크> 고병원성 AI 주범 오리로 집중되는데…
  • 이번영
  • 승인 2018.01.11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리는 무죄, 밀폐된 공장식 축사가 문제다”
▲ 고병원성 AI 전파주범으로 오리가 지목되자 홍동면 오리농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조류인풀루엔자가 충남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올해까지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반복되는 AI가 오리농장에서 많이 발생, 오리가 주범으로 몰리며 홍동면을 중심으로 홍성환경농업의 상징인 오리농업에 적지 않은 애로를 안겨 주고 있다. 특히 홍동농협은 오리쌀을 상표로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정말 오리가 고병원성 AI의 주범인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우선 최근 발생하는 AI는 발생지역과 유전적 계통에서 예년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올 겨울 AI바이러스는 2017년 11월 13일부터 전남 순천과 제주도 등 남부지역에서 검출된 후 한 달 뒤인 12월 13일 천안과 용인 등 중부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이는 AI바이러스가 통상 겨울 철새의 남하 경로인 중부지역에서 먼저 발견되는 것과 상반된다. 2016년엔 천안, 아산, 원주에 이어 강진, 부산, 창원 등에서 AI바이러스가 나왔다.

또 올 겨울 검출된 AI 바이러스는 2016년과 달리, 유전자형은 같고 유전적 계통이 다른 2종류의 H5N6형 AI 바이러스가 11월부터 동시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년엔 한 가지 유전자형의 바이러스인 H5N6가 검출되다가 그해 12월 중순부터 새로운 유전자형의 H5N8가 함께 발견됐다.

AI 바이러스는 오리농장의 열악한 사육시설 때문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오리농장은 기본적으로 평사로 돼 있으며, 대개 오리사육장과 농가가 붙어 있는 구조로 AI 차단을 위한 방역공간 확보가 부족해 AI에 취약한 구조다.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장은 “비닐하우스 축사는 쥐 등 외부 동물이 자주 들락거려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비닐하우스 축사 비중이 높은 오리농장에서 빈번하게 AI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계열화 농가로 오리 출하시 이동이 빈번하고 방역당국과 관계자 등 외부인의 잦은 출입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지적된다. 오리는 닭보다 긴 잠복기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초동방역의 어려움도 있다. 따라서 오리여서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오리농장 시설이 문제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AI 발생 원인을 겨울철새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와 오리 산지에서는 겨울철새에 따른 전염 외에도 보다 다각적으로 발병 원인을 찾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고문인 김신환 서산동물병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철새들이 조류독감을 닭이나 오리에게 옮긴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그릇된 정보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조류독감의 모든 책임을 철새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당국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일단 오리가 조류독감에 취약한 것은 맞다. 그러나 야생에서 자란 오리와 밀집식 축산으로 길러진 오리는 면역력에 있어 천지차이다. 천수만에만 나가봐도 집 앞 개천에 오리나 닭을 방사해 기르는 농가가 여럿 있다. 정부 주장대로 철새가 조류독감의 주범이라면 가금류 농가가 아닌 야생에서 먼저 조류독감이 번졌을 것이다.”

실제로 20여년 동안 수천, 수만 마리 오리를 이용해 농사를 지은 홍동지역에서 AI는 한 마리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1월 28일 유엔환경계획(UNEP)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운영하는 ‘조류인플루엔자와 야생조류 과학특별전문위원회’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철새는 죄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세계적 과학자 집단인 이 위원회에서 발표한 성명의 요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대부분 가금류 농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계 어느 곳의 야생조류에게서도 H5N8형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해마다 발생하는 고병원성 AI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