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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개띠 해에 생각해 보는 충성스런 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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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개띠 해에 생각해 보는 충성스런 개 이야기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7.12.28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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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개를 끌어안고 넋놓고 울었다”
 

2018년 황금 개띠 해를 맞이했다. 개는 뭐니 뭐니 해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을 제일의 특징으로 삼는, 그야말로 인간에게는 가장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인간은 개를 배신해도 개는 절대로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개의 충성심과 관련한 이야기는 예부터 민담과 전설 등으로 흔하게 전해온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주인을 구하고 죽은 의로운 개 전설일 것이다. 우리고장 홍성에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의로운 개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홍성에서 청양으로 향하는 국도 29호선을 따라가다 보면, 홍성중학교와 신동아아파트를 지나자마자 홍성문화원 앞에 아름다운 역재방죽이 있다. 바로 역재방죽이 의로운 개의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의로운 개의 전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옛날에 한 농부가 자신이 기르는 개와 함께 홍성장에 나왔다가 술을 많이 마셨다. 농부는 저녁 무렵에 만취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역재방죽 산언덕에서 잠깐 쉬던 중에 깊은 잠이 들고 말았다. 농부와 동행한 개는 세상모르고 깊이 잠든 주인을 옆에서 지키고 있었다.

농부가 잠든 사이에 원인 모를 산불이 일어나 주변을 모두 태우고 역재방죽 언덕까지 번져왔다. 충성스런 개는 주인을 깨웠지만 농부는 여전히 코를 골아대며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안절부절 못하던 개는 주인이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언덕 아래로 다급하게 달려가 연못 속에 풍덩 빠졌다. 개는 온몸의 털에 물을 흥건하게 적신 후에 주인 곁으로 달려와 데굴데굴 뒹굴었다. 개는 숨 쉴 겨를도 없이 언덕 아래 연못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주인이 잠든 주변의 마른 잔디를 물로 흥건하게 적셨다.

새벽 동틀 녘에 추위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 농부는 깜짝 놀랐다. 밤사이에 일어난 산불은 자신이 잠든 주변을 비켜나갔고, 사랑하는 개는 온몸이 새카맣게 그을린 채 언덕 아래에 숨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농부는 사랑하는 개가 자신을 살리고 죽어간 사실을 알고 엉엉 울었다. 충성스런 개를 끌어안고 한참동안 넋 놓고 울었다. 날이 밝은 후에 연못 가운데 작은 섬의 양지바른 곳에 개를 고이 묻어주고 해마다 넋을 위로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개가 묻혀있는 작은 섬을 개섬이라고 불렀다. 연못은 개가 묻혀있다고 하여 개방죽이라고 불렀다. 세월이 흐르면서 역이 있는 마을의 개방죽이라고 하여 역개방죽이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발음이 변하여 역재방죽이 되었다. 역재방죽은 의로운 개 전설과 함께 전국에서도 드물게 멸종 위기의 천연기념물인 가시연이 자생하는 연못이기도 하다.

홍성군에서는 2011년에 역재방죽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의로운 개와 농부의 동상을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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