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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신문기획/특집
<신년 콩트> 무술년의 개꿈풀이이은집(광천중 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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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8  09: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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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여보! 오늘은 새해 첫날인디 왜 이리 늦잠을 자는 거유? 벌써 아침 아홉 시가 넘었구먼서두...!”

【해설】 간밤에 2018년은 60년만에 맞는 ‘붉은 개띠의 해’라고 TV마다 떠들어대는 특집 프로와 해마다 TV로 생중계하는 보신각 종을 치는 걸 보고 자느라, 평소보다 늦잠을 잤더니, 마누라가 나의 침실까지 들어와 ‘혼잠’을 자는 나의 이불을 걷어젖히며 건네오는 말이었다.

【남편】 “에잉? 벌써 아홉시나 됐어? 증말루 옛어른들 말마따나 해가 X구멍까지 기어오르도록 잠꾸러기가 됐네 그랴!”

【해설】 그리하여 나는 침대 머리맡에 벗어놓은 옷을 주워 입고 거실로 구부정이 걸어나오자, 마누라가 웬일로 이런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별안간 웃음보를 터뜨리는 것이었다.

【남편】 “얼라? 나한티 뭬가 워떼서 그려? 기분 나쁘게...?”

【아내】 “아유! 호호호! 당신, 이제 보니께 증말루 간밤의 내 꿈이 맞어서 그류! 아! 글쎄, 내가 꿈을 꿨는디, 당신이 뭐가 됐는 질 아슈?”

【남편】 “어엉? 내가 뭐가 되다니? 건 또 무슨 소리랴?”

【아내】 “아! 글쎄! 꿈에 당신은 강아지가 되구 난 진돗개가 되었는디, 호랭이가 당신을 물어갈려구 허잖ᄀᆑᇙ슈? 그래서 내가 호랭일 쫓았당께유!”

【해설】 이윽고 마누라가 이런 요상한 꿈이야기를 늘어놓았는데, 나는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이런 대꾸로 뭉개버렸던 것이다.

【남편】 “어이구! 무슨 사람이 새해맞이에 그런 개꿈을 꾸구선 그려? 하긴 당신이야말로 나한티 처음 시집왔을 땐 강아지처럼 나를 잘 따르구 귀엽게 굴었지! 근디 한 40여년 같이 살다 본께, 증말루 진돗개처럼 사나워진 게 당신이라구!”

【해설】 아닌게 아니라 어느 부부나 마찬가지겠지만 내 친구들을 보아도 신혼초 집들이를 갔을 땐 모두 요조숙녀처럼 얌전했지만, 이제는 하나같이 기가 쎄졌고, 반대로 호랑이 같던 남편들도 지금은 모두 비실비실 온순해졌다고나 할까? 암튼 그런 요즘 상황을 상기하며, 나는 문득 어려서 내 고향에 살 때 개에 얽힌 추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버지】 “흠! 은집아! 우리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어서 와서 보거라!”

【해설】 어느 봄날이던가? 읍내장에 다녀오신 아버지께서 어깨에 멘 구럭을 벗어놓으며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었다.

【남편】 “야아? 아부지! 그러찮아두 나한틴 동생이 너무 많다구 동무들이 놀리는디 또 무슨 동생이 생겼단 말예유?”

【해설】 이에 내가 아버지께 묻자 구럭에서 낑낑거리는 강아지 한 마리를 꺼내 놓으시며 웃음 띤 얼굴로 말씀하셨다.

【아버지】 “얘! 넌 우리집 소나 돼지 깔(꼴)두 잘 베어다가 멕이구, 닭두 키워 달걀을 잘 낳게 헝께, 강아지두 잘 돌볼 것 같어서 사왔단 말여!”

【해설】 아버지의 이런 말씀이 아니라도 나는 강아지가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아서 얼른 품에 안으며 이렇게 소리쳤던 것이다.

【남편】 “아부지! 증말루 강아지가 귀여워유! 이 강아진 지가 잘 키울 것잉께 걱정 마세유!”

【해설】 이리하여 나는 그날부터 강아지를 골방 구석에 포대기로 둥지를 만들어주고, 누룽지밥을 정성으로 먹여서 어느덧 큰개가 되었던 것이다.

【남편】 “워리! 워리! 번개(개 이름)야! 이리와! 얼릉 날 따라 오랑께!”

【해설】 그로부터 나는 언제나 개와 함께 살았고, 심지어 학교에까지 데리고 가 교실의 내 의자 옆에 앉혀 놓고 수업을 해서, 담임선생님과 동무들한테 ‘개아범’이란 별명까지 얻었던 것이다. 내가 고향에서의 이런 ‘개 추억’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마누라가 주방 식탁에서 소리쳐왔다.

【아내】 “여보! 새해 첫날부터 워따 정신을 팔구 밥두 안 먹어유? 참말루 간밤의 꿈처럼 강아지가 됐나? 먹는 것까지 꼭 챙겨 멕여야 헌대유?”

【남편】 “으응? ...어이쿠! 미안허구먼그려! 당신 말마따나 남편들은 늙으면 강아지처럼 마누라 말을 잘 따라야 밥이라두 제대루 얻어먹는다는디...! 허허!”

【아내】 “암만유! 글구 예펜네들은 진돗개처럼 집안을 잘 지켜야 탈이 없다구 허대유!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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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집 작가

이은집 약력
이은집 작가는 광천중학교(11회)와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30년간 교직생활을 했다. 1971년 <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문단에 데뷔해 <통일절>, <스타탄생>, <눈물 한 방울>, <부부찬가> 등 32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알베르 카뮈 문학상, 헤르만 헤세 문학상,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문학상, 한국문학신문 문학상, 한국문인상 본상, 충청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저작권위원장,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이사, 한국소설가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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