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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터널 속에서 삶의 용기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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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터널 속에서 삶의 용기 발견”
  • 이번영
  • 승인 2017.12.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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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곡저수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 ‘기억할만한 지나침’ 한 장면.

홍성 영화 ‘기억할만한 지나침’ 1월 시사회
장곡 ‘순리필름’ 박영임 감독, 주민 성금 모아 후원

홍성 하늘과 들판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나온다. 장곡면 들판과 저수지, 광천, 홍동, 구항면 등 홍성에서 백퍼센트 찍은 영화 ‘기억할만한 지나침’이 다음달 홍성과 서울에서 시사회를 연다.

홍성군 장곡면에 사는 시인 주인공 김씨의 삶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고립속에 있다. 이따금 마주치는 로드킬을 당해 죽어있는 동물을 구해 주지도 외면하지도 못하는 그녀는 삶과 죽음 그 어떤 것도 뚜렷이 대면하지 못한다. 김은 어느날 남편이 느닷없이 사라지고, 저수지에서 버려진 개를 발견한다. 구해준 개를 돌보며 시를 써가고 생계를 위해 노력하지만, 세상에서 돌아오는 몰이해와 냉담함에 그녀는 더욱 힘겨울 뿐이다. 어두운 터널과 같은 시간을 견뎌야 하는 삶에서, 그녀는 어떤 빛을 발견하고 살아나갈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지는 줄거리다.

장곡면 도산리에 있는 ‘순리필름’이 박영임 감독, 김정민우 촬영으로 만든 세번째 장편영화다. 지난해 12월부터 촬영하여 올해 완성했다. 연극 배우 이헌주가 주연배우로 나오고 직업 배우 10명을 캐스팅했다. 임응철 장곡면 도산리장, 정민철 젊은협업농장 이사 등 지역 사람들도 엑스트라로 나온다. 영화 제목은 기형도 시인의 책 이름에서 따왔다. 필름 돌아가는 시간은 2시간 50분. 지역 주민들이 성금 1000만 원을 모아줘 시작했다.

이응노 미술관카페에서 박영임(43세) 감독을 만났다. 왜,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었나 의도부터 물었다.

“소외와 고립가운데서도 꿋꿋이 자신의 존재를 뿌리내리기 위해 애쓰고, 죽음과 삶의 실체를 정면으로 마주함으로 기나긴 고독의 터널 같은 삶 속에서 진정으로 살아갈 용기를 발견하는 것에 대한 영화입니다. 절망과 고독이 그녀를 진실한 ‘작은’것에 눈을 뜨게 해 준 것처럼, 이 영화를 통해, 우리 모두가 삶의 진실에 한 발짝 더 깊이 다가서기를 소망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순리필름은 서울에서 1998년부터 박영임, 김정민우 두 작가를 주축으로 극역화 작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장편 작품으로는 ‘그저 그런 여배우와 단신 대머리 남의 연애(2015년)’가 있다. 사진 전시 we are all stranger you are alone을 열면서, 사진과 음악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2012년 홍동밝맑도서관에 내려와 2개월에 한 번씩 독립영화를 기획 상영하며 홍성 관객과 대화를 나눴다. 2013년 지역이 맘에 들어 아주 내려왔다. 홍동면 운월리에서 2년 쯤 살다가 장곡면 도산리로 이사온지 3년 됐다.

이들은 지난해 홍동에서 ‘이름 없는 자들의 이름’이라는 64분짜리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지역 주민 조대성, 배지현, 이준표, 유성환, 이승진 5명의 인터뷰와 홍동의 풍경을 엮어서 만들었다.

박감독은 풀 한포기부터 연약한 동물들 그리고 현실 외벽에서 힘겹게 존재하는 사람들에 공감한다. 이러한 존재들을 단순 창작을 위한 ‘소재’로 보지 않고, 작가 자신과의 깊은 공명을 고여내어, 자신과 인간에 대한 성찰에 다가서려 한다.

박 감독은 끝까지 얼굴 사진 촬영을 사양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지역분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영화”라며 어떤 영화인지 묻지도 않고 후원해준 장곡면, 홍동면 주민들, 장곡농협에게 감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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