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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갈산면 와리 ‘원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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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갈산면 와리 ‘원와마을’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7.12.05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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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이무기가 살던 용천
▲ 용천뿌리 모습.(옛날에는 화살표 방향으로 와룡천이 흘렀다. 현재는 와룡천이 직선으로 흐르도록 산줄기를 잘라내었다.)

우리고장 갈산면 와리 원와마을 앞에 용천뿌리라는 야트막한 산줄기가 있다. 갈산중·고등학교 뒤편을 지나는 삼불산이 오두리 방향으로 이어지다가, 노루목 고개에서 원와리 쪽으로 꺾이며 꼬리처럼 길게 뻗어 내린 야트막한 산줄기다.

옛날에는 수덕사 덕숭산에서 발원한 와룡천이 갈산면소재지를 통과하여 삼불산과 나란히 흐르다가 용천뿌리를 휘감고 돌며 서해 천수만으로 흘러나갔다. 와룡천(臥龍川)은 구불구불 길게 이어지며 흐르는 모습이, 마치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와룡천이 원와마을 앞 산줄기를 휘감아 돌며 흘러가는데, 마을 앞산 줄기가 청룡의 꼬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용천뿌리’라는 지명이 생겼다. 원와(元臥)마을의 지명 역시도 용이 꼬리를 내리고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하여 붙여졌다. 와룡천이 원와마을의 용천뿌리를 휘감고 돌면서 깊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졌고, 이 물웅덩이를 ‘용천(龍川)’이라 불렀다.

옛날에 용천에는 착한 이무기 한 마리가 살았다고 한다. 이무기는 용이 되고 싶어 매일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에 기도했다. 어느날 이무기는 하늘로부터 100년 동안 착한 일을 하고 살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할 수 있다는 응답을 받았다.

이무기는 너무도 기뻐서 매일매일 주변을 찾아다니며 착한 일을 시작했다. 하루 한시도 쉬지 않고 착한 일거리를 찾아다니며 바쁘게 움직였다.

끝도 없이 길게 뻗어내린 와룡천 곳곳에는 이무기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와룡천의 힘센 물고기들은 약한 물고기를 수시로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다. 그때마다 이무기가 찾아다니며 힘센 물고기들을 물리치고 약한 물고기를 도와주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인간들은 수시로 와룡천을 찾아다니며 물고기들을 잡아갔다. 그때마다 이무기가 헤엄쳐 다가가면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도망가곤 했다. 이무기의 쉴새 없는 활동으로 와룡천은 불쌍하고 힘없는 물고기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이무기의 착한 일들이 입소문을 타며 와룡천에 알려진 것은 물론이고 하늘에도 전해졌다.

▲ 용천뿌리 잘려나간 부분.

어느날 새벽이었다.


이무기는 이날도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매일 하던 습관대로 하늘을 향해 기도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뜬 이무기는 깜짝 놀랐다. 이무기 앞으로 하늘에서 여의주가 내려와 있는 것이었다.

“으응? 이게 웬 여의주인가? 여의주는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용에게 내려주는 것이 아닌가?”

이무기는 눈앞에 내려온 여의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갸웃 했다. 그때 하늘에서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무기는 듣거라. 네가 순수한 마음으로 착한 일을 열심히 했기에 여의주를 내려 보낸다. 처음 약속은 100년 후에 부르기로 했으나, 착한 일을 너무도 열심히 하였으므로 50년 만에 하늘로 부르는 것이니라.”

▲ 삼불산과 나란히 흐르는 와룡천.

이무기는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갔다. 착한 일을 열심히 하였으므로 50년을 앞당겨서 하늘로 승천한 것이다.

이무기가 승천했다고 전해오는 용천이 지금은 없어졌다. 용천뿌리 주변은 해마다 홍수가 날 때마다 피해가 막대했다. 와룡천이 용천뿌리를 휘감고 돌면서 물이 범람하여 주변 논밭은 해마다 홍수 피해를 심하게 겪어야 했다.

1960년대에 삼불산에서 원와리로 꺾이는 노루목 부근을 절개하여 와룡천이 직선으로 흐르도록 했다. 그후로 와룡천 물줄기는 노루목에서 용천뿌리를 돌지 않고 직접 천수만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노루목 고개도 사람들의 왕래가 쉽도록 산줄기를 잘라내었다. 그바람에 용천뿌리는 세 토막으로 잘려나갔다.

지금 현재 용천뿌리를 휘감고 돌던 용천뿌리 주변 하천은 ‘오리들’이라는 들녘으로 변했고, 착한 이무기가 승천했다는 옛 전설만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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