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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거인, 홍성을 들어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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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거인, 홍성을 들어올리다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7.11.22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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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로회 이철이 대표가 출판기념회를 찾은 사람들에게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청로회 이철이 대표 출판기념회 개최
500여명 인산인해 “가슴 뭉클한 감동”

축하의 덕담과 박수가 쏟아지는 출판기념회가 아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됐다. 저자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자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자는 출판기념회가 진행되는 줄곧 주위 사람들 덕분에 지금 이 순간이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청로회 이철이 대표의 <철이삼촌의 가슴 뭉클한 청로쉼터 이야기> 출판기념회가 지난 21일 홍성문화원에서 열렸다. 행사 시작 전부터 문화원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자리가 부족해 인사만 나누고 되돌아간 사람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주최 측 추산 500여 명이 출판기념회를 찾았다. 송재원 울진군의회 전 의장과 경주월드리조트 최건환 대표이사, 쉼터중앙회 이사인 고승덕 변호사 등 전국 각지에서 축하를 하기 위해 홍성을 찾았다.

대표라는 직함보다는 철이삼촌으로 불리길 좋아한다.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스스럼없이 철이삼촌이라 부른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왜 그는 모두의 삼촌이 됐을까. 철이삼촌은 오늘도 자신의 모든 것을 조건없이 내 주는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경북 울진으로 이사를 갔다. 울진에서 중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 상 고등학교 진학을 할 수 없어 대전기술고등학교에서 기술을 배웠다. 졸업후 대전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 아는 선배의 소개로 구항농공단지 공장을 짓는데 용접공이 필요하다고 해서 1995년 5월 운명처럼 홍성 땅을 밟았다.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휴일이면 대전의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이런 생활을 몇 달 하다가 홍성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무작정 군청에 전화를 걸었다. 군청 복지과에서 김임섭 할머니를 소개해줬다. 김 할머니 집에 가서 대소변 묻은 이불을 빨고, 방 청소도 하고 말 벗이 됐다.


우연한 계기로 친자매인 여고생 2명도 김 할머니를 위해 봉사를 함께 했다. 자매를 만난 인연이 학생 봉사동아리 청로회(靑老會)가 만들어지는 소중한 씨앗이 됐다. 1996년 자매와 친구들 8명이 모여 청로회라는 봉사단체가 만들어졌다. 청로회 1기가 출범한 것이다. 현재 22기로 홍성고, 갈산고, 홍주고, 홍성여고 4개 고등학교 학생 9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철이삼촌은 김임섭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섬겼다. 할머니는 1999년 숨을 거뒀다. 철이삼촌은 학생들과 함께 상주가 되어 할머니 상을 치렀고 할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10년 동안 제사를 지냈다. 할머니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기거하던 곳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과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가 됐다. 청로쉼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 출판기념에서 청로회 이철이 대표와 홍문표 국회의원, 김석환 홍성군수, 김덕배 홍성군의회의장, 맹훈재 홍성경찰서장, 우길동 홍성교육장, 오배근 도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홍성군

청로쉼터는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언제나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됐다. 가출한 학생들도 사나흘 자고 가기도 하고, 갈 곳 없는 아이들은 숙식을 해결하며 몇 년을 지내기도 했다. 가출 청소년들의 부모들은 청로쉼터에 와서 자녀의 행방을 찾기도 했다. 청로쉼터를 찾은 아이들이 철이삼촌이라 부르기 시작하며 이철이라는 이름보다는 철이삼촌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22년 동안 청소년들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공적을 인정받아 수많은 상을 받았다. 60세가 넘다보니 이제는 그만 쉴 만도 한데 철이삼촌은 늘 바쁘기만 하다. 청소년 문제와 관련해 하루에 5~6건 상담을 한다고 한다. 인터뷰가 진행된 당일에도 서산시에 상담을 다녀온 직후였다.

“아이들이 배고프지 않게, 아이들이 아프면 병원부터 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복지이고 어른들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비록 서툴고 문제가 많은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다독이고 사랑을 쏟으면 훌륭한 인재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맙시다.”

최건환 대표이사는 “철이삼촌은 홍성을 들어 올린 작은거인이다.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출판기념회를 통해 정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감사를 전했다. 한편 출판기념회를 통해 판매된 책 수익금 1809만5000원 전액은 지난 22일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에 기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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