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內藏山에서 무릉武陵을 보다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너 혼자 붉어서가 아니다,
나 혼자 노랗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빨갛고 노랗고, 이도저도 아닌
무녀리 단풍들이 모여 어깨를 비비며
씽씽하게 달려오는 겨울 찬바람
단단히 막아서기 때문이다.
빈산에 홀로 불타다 불타다
된서리 끝, 우수수 종적 없이 스러지는 것은
얼마나 외로운 일이냐.
바쁜 걸음 잠깐 멈추고
어머나, 곱다 고와!
빨강도
노랑도
세상의 빛나는 훈장勳章마저도
찰나刹那를 스쳐 지나는 헛된 환영幻影일 뿐.
하늘과 저 산, 두 팔 벌려 무던히 끌어안고
나무들 시린 발꿈치 언제라도 따뜻이 보듬어주는
참흙의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알밤을 나르느라 바삐 미끄러지는
어린 산짐승들의 발자국 위로
여한 없다, 겹겹이 떨어져 누운 낙엽들 차가운
이마를 쓰다듬으며
머지않아 하얀 눈, 솜이불처럼 포근히 덮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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