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량 늘고 선도금 26.6% 인상
생산량 감소, 시장격리미 역대 최대
해마다 가을이면 농민들의 쌀값 투쟁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졌으나 올해는 예년에 비해 수매량이 늘어나고 쌀값도 올라 농민들에게 모처럼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갈산농협을 비롯한 금마농협, 홍성농협, 천수만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지난 8일부터 일제히 산물벼 수매를 시작했다. 16일부터는 정부의 공공비축·해외공여용 벼 수매가 시작된다.
갈산농협은 지난해 8000톤을 수매했으나 올해는 1만톤으로, 홍성농협은 지난해 2800톤에서 3000톤으로 늘려 수매한다. 지난해 1만 5000톤을 수매했던 천수만 RPC와 7000톤을 수매한 금마농협 RPC도 지난해보다 약간 더 수매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홍성군은 이달 16일부터 공공비축·해외공여용 벼 4751.6톤을 수매한다. 이는 지난해 5162톤보다 410톤 줄어든 물량이다. 그러나 정부의 시장 격리미 37만 톤에 대한 추가 수매량이 11월에 배정되면 크게 늘어난다.
수확기 쌀값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 올해 3개 농협 RPC는 40kg 1포대당 1등 기준 3만8000원을 선도금으로 지급하며 수매하고 10~12월중 전국 평균가격을 추가로 지급한다. 이는 지난해 3만원을 우선 지급하던 것에 비해 26.6% 인상된 것이다. 가장 많은 물량을 수매하는 천수만RPC는 40kg 1포대당 4만원을 선도금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공공비축·해외공여용 벼 수매는 올해 우선지급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10~12월 전국 평균 쌀값을 계산해서 일괄 지급한다. 이같은 조치는 쌀의 시장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 먼저 수매가를 결정하면 농협이 그보다 낮은 금액을 우선지급하고 그 가격이 판매가로 굳어지는 형태가 반복돼 왔기 때문에 농민단체들이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시장가격도 인상되고 있다. 10월 11일 홍성시장 양곡상회들은 80kg 한 가마에 14만원씩 매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원보다 3만원이 높아 27% 인상된 가격이다.
가을 쌀값이 이렇게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생산량 감소와 정부의 효과적인 대책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9월 15일 조생종 중심 작황조사에 이어 10월15일 만생종 작황 조사를 한 후 11월에 총 예상 수확량을 발표한다. 그러나 현지 기관과 농업 관계자들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는 소식은 조생종이 2.3%, 만생종 3.4% 감소했다는 것이다. 농민들도 늦은 모내기와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해 벼 생육이 부진했다고 말한다. 농촌진흥청은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지난해보다 20만톤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쌀전업농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지난달 22일 성명 발표를 통해 “아직도 30년전 쌀값이다. 정부는 정부양곡 매입량을 100만톤으로 확대하라, 쌀값 하락을 주도하는 우선지급금 제도를 개선하라”는 등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28일 이낙연 국무총리주재로 ‘17년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시장 격리미를 포함 정부 양곡 72만톤을 수매하며 쌀값 하락을 주도하는 우선지급금을 없앴다. 수확기 시장 격리미 37만 톤은 역대 최대 규모로 쌀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또 정부미에 대한 해외 식량원조를 발굴하며 수입 밥쌀 판매를 중지시키고 혼압유통을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부터 공급 과잉 문제 해소를 위해 쌀 생산 안정제를 도입 해 2019년까지 벼 재배멱적 10만 헥터를 줄여 생산량을 50만톤 까지 감축한다는 장기 계획도 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