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송국 옆으로 난 좁은 길을 지나 백월산으로 가보자. 홍성읍의 외곽에 위치한 신도시가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으나 의외의 ‘탱자나무길’을 만날 수 있다. ‘유자는 얽어도 손님상에 오르고 탱자는 고와도 똥밭에 구른다’는 말이 있듯 ‘탱자’는 예나 지금이나 천대받는 나무다. 유자나 귤처럼 생과로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나무에 길고 억센 가시가 총총히 박혀 있어 생울타리용으로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강화도로 천도한 인조임금이 이를 이용해 몽고인 침입을 막는 울타리용으로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현재 강화도 갑곶의 탱자나무는 천연기념물로 대접받기도 한다. 또 전해지는 말로는 유배지에서 밖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막기 위한 방책으로 죄수들의 집에 심어졌다고도 하는데 언제부터 큰 농장의 생울타리로 사용되었는지는 특별한 기록은 없다. 그나마 도시화가 되면서 없어진 농장 때문에 요즘은 탱자나무 군락을 찾아보기 힘들다.
월산 가는 길을 따라 하고개를 거쳐 서산 쪽으로 향하던 사람들이나 나무를 하러 다니던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던 이 길은 아직도 비포장도로다. 이젠 방송국에서 절반가량 길을 넓히는 공사를 하고 있어 사실상 탱자나무길만 흙길로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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