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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골목을 가다<4>/ 가을, 메타세콰이어길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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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 골목을 가다<4>/ 가을, 메타세콰이어길 걸어요
  • 조현옥 객원기자
  • 승인 2017.09.15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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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하천이 흘러 삽교천으로 가는 길목에서 시작된다. 칼국수집 앞에 서서 물길을 쫓아 시선을 두면 무성한 메타세콰이어 숲을 마주한다. 오전 10시, 9월 햇살이 내려앉은 물결은 은빛으로 일렁이고 이른 봄부터 부지런했던 벚나무가 피곤한 잎사귀들을 떨어트리고 바람은 그 사이를 지나 적당히 좁은 그 길을 돌아다닌다.

몇몇은 자전거를 타고 이쪽으로 오고 몇은 자동차로 번개처럼 지나가버린다. 아주 듬직한 뼈대를 지닌 메타세콰이어는 햇빛이 강한 오른쪽으로 팔을 더 벌렸다. 장미담장 안쪽은 하수종말처리장 건물 몇 개가 정갈하게 서 있고 듬성듬성 담장 그늘 아래 놓인 벤치는 누군가를 기다리다 치쳤는지 졸고 있다. 앉아볼까? 오월 들장미가 정신없던 그 자리에 기차 지나는 소리와 톡 톡 게이트볼 치는 소리로 고요를 깨고 어디선가 들깨 익는 향기가 바람 가득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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