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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판로 막힌 유기농산물 제가 팔아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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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판로 막힌 유기농산물 제가 팔아드릴게요”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7.09.07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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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푸른들씨, 유기농고구마 직거래 ‘유자프로젝트’ 운영
▲ 유기농고구마 전화주문을 받는 박푸른들 씨.

37년째 유기농업 만을 고집하는 농부의 고구마 판로가 막히자 안타깝게 지켜보던 딸이 SNS를 통해 직거래 판매에 팔을 걷고 나섰다.

홍동면 금평리 박종권·최루미씨 부부의 딸 박푸른들(28) 씨는 고구마 상자 속에 다음과 같은 안내글을 넣어 보내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기농업 37년차 농민 아빠가 지은 유기농 고구마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가 일체 없는 땅에서 자란 아이입니다. 지난 여름 폭염과 폭우를 이겨낸 귀한 아이입니다. 우리 가족은 지난해부터 유자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유자’란 유기농업 자립을 줄여서 만든 말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농산물 유통구조는 생산비를 건질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수확한 농산물을 모두 판매하는 것 조차 사치가 됐고 농사는 도박이 됐습니다. 유기농 실천가인 아빠의 농사 현실도 점점 가혹해졌습니다. 우리가족은 농민이 정당한 농산물 값을 받고 건강히 농사 지을 수 있는 세상을 바랍니다. 품종은 단단한 밤고구마와 촉촉한 호박고구마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 ‘베니하루까’로 꿀고구마로도 불립니다. 수확 후 한 달 동안 숙성시키면 더욱 촉촉해지고 달게 드실 수 있습니다. 10℃ 내지 13℃ 되는 그늘지고 선선한 곳에 보관하면 적당합니다. 주문해주시면 매주 월요일에 보내 드립니다. 유자프로젝트 소식은 http://blog.naver.com/organic_farmer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빠 박종권(55) 씨는 도마도에 병이 발생했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하나도 생산 하지 못한 채 갈아업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견디며 37년째 유기농업만 고집하고 있다. 딸 푸른들은 풀무농고 전공부에서 농업을 배운 후 서울 카톨릭농민회 본부에서 홍보역으로 여러해 일하다 올해 봄 고향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돕고 있다.

박씨네 유기농 고구마는 지난달 25일부터 수확이 시작됐는데 올해 50톤이 생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려다 계약이 안 됐다. 푸른들씨는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을 글을 올렸다. “직거래 물량을 빼고 모두 서울 가락시장에 보낼 예정이다. 농민 갖고 장난치는 곳에 내는 것 보다 유기농산물값 받지 못하더라도 가락시장에 내는 것이 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농민도 자존심이 있기에. 그런데 재고도 빚도 모두 농민의 몫으로 남는다.”

이 글을 본 소비자들이 일주일 새 2.5톤을 주문했다. 가격은 10kg 3만5000원, 20kg 6만 원. 택배비 포함이며 직접 가져가면 5000원씩 빼준다. 보관비 때문에 10월말까지만 직거래로 판다. 010-7669-3221(최루미)로 문자 주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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