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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작가들⑨/ 권기복 홍주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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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작가들⑨/ 권기복 홍주중 교사
  • 노진호 기자
  • 승인 2017.08.30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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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툭해진 연필은 별빛같은 이야기로”
 

‘2010 세계대백제전’은 충남 16개 시·군이 모두 참여한 도내 민속 문화의 총집합장으로 기억된다. 당시 홍성군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작품은 백제멸망 시기부터 부흥운동까지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나오는 창작 뮤지컬 ‘변방에서 부는 바람’이었다.

‘2011 홍성내포문화축제(현 홍성역사인물축제)’의 주제는 ‘만해 붓과 백야 총 이야기’로 한용운 선사와 김좌진 장군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특히 만해의 출가부터 3·1운동까지의 과정을 그린 세미뮤지컬 ‘나룻배와 행인’은 큰 감동을 선사했다.

홍성을 넘어 충남의 역사·문화를 전국에 알린 두 작품의 공통점은 홍주중학교 권기복 교사(56·사진)에 의해 쓰여 졌단 것이다. 권 교사는 ‘멀티 플레이어’다. 홍성에서만 20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극작가이며 시인이자 소설가다.

권 교사는 “1990년 봄 고향 서천에서 ‘서림문학동인회’를 창단했고, 1997년 홍성으로 와 ‘홍주문학’ 활동을 시작했다”며 “지금은 막역한 사이가 된 이정록 시인이 처음 왔을 때 많이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1983년 제주에서 교직에 입문했다가 공부를 더 하고 싶어 그만뒀었다”며 “이런저런 이유로 교직에 복귀하면서 홍성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교사는 2007년 ‘포스트모던’ 겨울호를 통해 공식(?) 시인이 됐으며, 2009년에는 희곡 ‘남극별로 가는 사람들’을 무대에 올렸다. 또 2013년에는 소설 ‘튤립 바이러스’를 발표했다. 그는 “‘남극별…’은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단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라며 “2011년 공연된 ‘나룻배와 행인’은 한용운 선생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선생이 꿈꾼 독립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해 생가에서 공연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큰 무대에 작품을 올린 권 교사지만, 추천해준 본인의 시는 상대적으로 작은 느낌이 드는 ‘몽당연필’이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연필을 깎는 일이다 (중략) 뭉툭해진 연필 속에는/ 날카로운 지혜와 열정 가득한 감성으로/ 수많은 밤을 까맣게 덧칠한 사연이 쌓여있다 (중략)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나의 몽당연필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다.’ 그는 “내 삶이 가장 잘 담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략 1000편 정도의 시를 썼다는 권 교사는 “일상적인 것에 대한 서정화”라고 시를 정의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 외롭고 어두운 사람이 많다. 그런 이들을 보듬는 글을 쓰고 싶다”며 “개인시집은 조금 더 익혀서 내고 싶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멀티 플레이어’지만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도 충분해 보였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자 힘든 점”이라며 “인간의 정 같은 것을 가꿔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좀 산만해지는 것 같아 글의 범위는 좀 좁혀갈 생각”이라면서도 “문학과 관련된 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응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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