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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구항면 상대마을 우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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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홍성군 구항면 상대마을 우당골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 승인 2017.07.17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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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에 넘치는 욕심과 야박한 인심의 종말
▲ 우당골 전경.

우리고장 보개산 서쪽 산기슭 하고개 남쪽편으로, 홍성군 구항면 황곡리 상대마을이 있다. 상대마을 맨 위쪽 골짜기에는 우당골이 있다.

옛날 우당골에는 윤장자라고 부르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윤장자네 으리으리한 기와집에서 내려다보면 들판 입구 쪽에 소탄이 방죽이 있었다. 소탄이 방죽 속에는 용이 되려고 준비하는 이무기가 살았다고 한다.

어느날 마을 뒷산 너머 절에 사는 스님 한 분이 윤장자네 집으로 탁발을 왔었다. 보개산에는 골짜기마다 절이 있었는데 스님들이 산 아래 마을로 자주 탁발을 내려왔다.

“베풀면 베풀수록 더 크게 돌아오는 것이 보시의 공덕이지요.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스님은 윤장자네 솟을대문 앞에서 목탁을 두드리고 서있었다.

산 아래 집들은 스님들이 탁발을 내려오면 성의껏 시주를 하곤 했다. 사람들은 시주를 할 때마다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때마다 스님들은 집안에 부처님의 공덕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우당골 윤장자네 집만은 스님들에게 야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스님들이 수시로 와서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부탁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베짱이처럼 일도 않고 그늘에 앉아서 목탁만 두드리면 부처님이 복을 내려준다고 하더냐? 내 집에서는 콩 한 쪽도 어림없다고 일러라.”

스님들을 대하는 윤장자의 얼굴에서는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스님들은 매번 목탁만 두드리다 빈손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님이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마도 기어이 시주를 얻어가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부처님의 공덕이 집안에 가득하니 참으로 복 받은 댁입니다. 나무아미관세음보살.”

스님은 한나절이 지나가도록 대문 앞에 서서 계속 목탁만 두드렸다.

집안에서는 윤장자가 씩씩거리며 앉아있었고, 대문 앞에서는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버티고 서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윤장자네 하인들은 몸 둘 바를 몰랐다. 나중에는 여자 하인이 대문 밖으로 나와서 스님에게 사정했다.

“스님, 참으로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더 이상 이곳에 계시다가는 무슨 봉변을 당하실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냥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소탄이방죽 터.

여자 하인은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머리를 조아렸다.


“허허, 마을의 지세를 살펴보니 더 큰 부자가 될 기운이 윤장자 댁으로 흐르다 멈추고 있소. 그 기운이 계속 흐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려고 서있는 중이라오. 내 뜻을 윤장자에게 전해주시오.”

여자하인은 즉시 집안으로 달려가서 스님의 말을 전했다.

“뭐라고? 내 집으로 들어오던 기운이 멈췄단 말이지? 그 기운을 끌어들일 방법을 가르쳐주시겠단 말이냐?”

윤장자는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방안에서 꿈쩍 않고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맨발로 뛰어나와서 대문밖에 서있는 스님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스님, 이거 정말로 죄송합니다. 제가 다른 일에 몰두하다가 그만 스님에게 큰 결례를 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윤장자는 너스레를 떨며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횡설수설 했다.

“저희 집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윤장자는 침을 꼴깍 삼키며 스님의 대답을 기다렸다.

“집 앞 들판에 있는 연못이 댁으로 들어오는 기운을 막고 있습니다. 연못 속에 사는 오래된 이무기도 기운을 막고 있지요. 소금을 잔뜩 구해다 연못에 넣으면 이무기가 죽을 것이오. 그다음에 연못을 메우면 막혔던 기운이 댁으로 흘러들어올 것이오.”

욕심에 눈이 먼 윤장자는 즉시 소금을 잔뜩 구해서 연못 속에 집어넣었다. 그 바람에 연못 속에서 용이 되기를 기다리던 이무기는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그 다음에는 연못을 메워버렸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했다. 더 큰 부자가 되리라고 믿었던 윤장자네 집은 하루가 멀다 하고 우환이 생겼다. 그 많던 재산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쑥쑥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윤장자네는 재산이 모두 없어지고 망하는 신세가 되었다.

윤장자네는 그동안 연못의 기운을 받아서 큰 부자로 살 수 있었다. 스님의 말에 속아서 연못을 없애는 바람에 들어오던 복을 막아버린 꼴이 되었다.

자업자득이라고나 할까. 인과응보라고나 할까. 아니면 과유불급이라고나 할까

윤장자와 소탄이 연못 전설은, 분에 넘치는 욕심과 야박한 인심의 끝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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