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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주민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행사장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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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주민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행사장 축사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7.07.13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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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자기 치적 홍보의 장으로 전락시킨다

행사장 연단에 올라간 군수 축사는 함께 참석한 정치인과 기관장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말로 시작된다.
“국정에도 바쁘신데 특별히 참석해주신 000국회의원님, 그리고 000교육장님, 000경찰서장님, 000농협군지부장님 감사합니다. 000도의원님, 000군의장님, 000군의원님. 000군의원님…”

이어 다른 정치인이 올라가 다시 한 번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똑 같은 멘트를 한다. 연단에 올라가는 사람마다 참석한 정치인과 기관장 이름을 부르며 서로 서로 감사를 표한다. 잠깐 악수만 하고 가버린 사람까지 거론해 “아. 가셨나요?”라며 머쓱해 하기도 한다. 군수 혹은 국회의원에게 고마움을 전하자며 청중에게 박수를 유도하기도 한다. 칭찬받고 연단에 올라간 인사의 축사는 자신의 업적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렇게 1부 행사가 끝나면 다른 일정이 바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우르르 몰려 나간다. 남은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든 내용이 무엇이든 알 바가 아니다. 행사는 자신들을 홍보하는 절호의 기회일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축사가 들어가나. 순서가 몇 번째인가 사전에 알아보고 참석한다. 축사 순서가 뒤에 배정됐다며 주최측에게 거세게 항의한 일도 있었다.

지난주에는 이렇게 짜증나는 홍성 정치인들 축사 문제가 도마에 올라 전국 최대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에 올라가고 홍주포커스 등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홍주국악관현악단 공연장에서 정치인들의 축사가 25분이나 계속돼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나온 주민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홍성 축산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포럼에서 정치인들의 긴 축사 뒤에 이어진 토론은 시간 부족으로 토론자들이 할 말도 다 못했다는 것이다.

축사 짧게하는 조례제정 주장도

이같은 문제가 알려지자 속으로 끓고 있던 주민들이 너도 나도 한 마디씩 전해왔다. 황영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는 페이스북에 장애인 행사에서도 긴 축사 때문에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힘들어 하는게 보통이라고 했다. 풀무생협의 의학 박사 초청 건강강연회에서는 축사에 나선 기관장이 자신의 업적 홍보에 많은 시간을 보내자 끝나고 난 후 참가한 주부들이 주최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홍성군노인회에 특강을 나갔던 모 학교 교장은 정치인들의 축사 때문에 시간 부족으로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성읍 모 교회 목사 취임예배에서도 정치인들의 자기 홍보 축사가 길게 이어져 신도들을 힘들게 했다는 것이다. 군내 모지역 의용소방대 행사는 축사 순서 문제로 도의의원과 군의원 사이에 갈등이 몇 년 동안 지속돼 주최측이 곤혹을 치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선경 군의원이 홍주국악관현악단 공연장의 정치인 축사 문제를 폐이스북에 올리자 금새 30여 건의 댓글이 올라오고 100 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주용 씨는 댓글에서 축사하는 사람 낙선 운동을 해야한다고 주장했으며 홍석용 씨는 행사장에서 정치인들의 축사를 제한하는 행사 의전 간소화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끔 짧은 축사를 하고 내려오는 연사에게 박수 갈채가 쏟아진다. 축사 길이와 인기가 반비례된다는 사실을 우리 정치인, 지도자들만 모르는 것 같다. 행사 의미를 퇴색시키는 정치인들의 축사와 의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선 문화공연부터라도 축사를 생략하는 등 주최측과 정치인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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