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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 최영아 수화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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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인> 최영아 수화통역사
  • 노진호 기자
  • 승인 2017.07.13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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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는 ‘운명’이었습니다”
▲ 지난 10일 홍성군수화통역센터에서 만난 최영아 수화통역사(오른쪽)가 충남농아인협회 김기현 홍성군지회장의 마음을 전달해 주고 있다.

2017 홍성군수배 농아인볼링대회가 열린 지난 8일 한마음볼링장은 전국에서 모인 ‘소리 없이 강한’ 볼러(Bowler)들의 열정으로 가득했다. 이날 선수들만큼 빛난 이들이 있으니, 그들은 바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대회 진행을 도운 수화통역사들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최영아(26) 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병원이든 경찰서든 부르면 다 갑니다”

충남농아인협회 부설 홍성군수화통역센터(이하 센터)에는 수화통역사 2명과 중계통역사 1명이 있다. 센터는 농아인들의 병원·경찰서·관공서·전화 통역 서비스 등을 하고 있으며, 지역 기관·단체 공식행사 때 단상 통역도 한다. 또 충남장애인체육대회 등 농아인 참여 각종 행사 때도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다.
최 수화통역사는 “보통 하루 4~5번 정도 나가고, 가장 많은 것은 병원이나 관공서 통역”이라며 “홈쇼핑 주문을 하고 싶어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통사고 같은 것으로 밤이나 주말에 경찰서나 병원 응급실에서 전화가 오면 무조건 달려 나간다”며 “물론 2명이 하기에는 많은 양이지만 아무래도 농촌지역이라 ‘밤 출동’이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최 수화통역사에게 ‘수화’는 필연적 선택이자 ‘운명’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다 농아인이라 다섯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반강제적(?)으로 수화를 배웠다”며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 대학에서 청소년상담복지를 전공한 후 2015년 5월 센터에 들어왔다”고 회고했다. 이어 “아무래도 가정 내 습득이 어렵기 때문에 농아인 가장 자녀는 언어 발달이 더디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며 “어릴 때부터 수화를 해 아버지와 이런저런 곳에 함께 다니며 자연스럽게 세상을 배워 너무 빨리 철이 든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농아인 위한 사회적 배려 아직 부족”

수화통역사는 ‘농아인과 사회의 다리 역할’이다. 최 수화통역사는 “최근 농아인 한 분이 보험관련 전화 통역을 요청했는데 본인 확인이 안 돼 애를 먹었다”며 “결국 설계사가 보낸 문자를 내가 보고 영상통화로 설명해 해결했고 참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를 나온 농아인은 필담이라도 되지만 시골에는 문맹률이 높아 통장정리나 예금인출 등 기본적인 것도 어려운 일”이라며 “전화를 통한 본인 확인 등 사회적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 수화통역사가 없으면 농아인들이 할 수 없는 게 아직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충남농아인협회 김기현 홍성군지회장은 “‘한국수화언어법’이 지난해 제정돼 수화도 엄연히 법적으로 한국어”라며 “학교나 지자체 등에서 더 관심을 갖고 관련 교육이나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최영아 수화통역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생각 자체가 조금 다른 것 같다”며 “농아인이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게 내 일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그들이 만족하는 수화통역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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