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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선 할머니, “노령연금 받는 값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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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선 할머니, “노령연금 받는 값은 해야”
  • 윤두영 기자
  • 승인 2017.07.03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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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인한테 배워야할 ‘노블리스 오블리제’
▲ 지난 7월 1일 새벽 6시, 최덕선 할머니가 아파트 앞 인도에서 풀을 뽑고 있다.

“세금 낸 군민 위해 뭐라도 해야죠. 노인이라고 당연한 듯 받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최덕선(84) 할머니의 말이다. 할머니는 매일 새벽, 현대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닌다. 그냥 돌아다니는 게 아니다. 아파트 주변은 물론, 아파트 앞 월계천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다. 1997년, 현대아파트 첫 입주 때부터이니까 20년째다.

“국가에서 주는 노령연금, 그거 국가 돈이 아니에요. 젊은 사람들이 어렵사리 낸 세금이잖아요. 젊은이들이 아이들 키우고 가르치는 데 빠듯한데도 불구하고 내는 세금, 그 세금을 우리 같은 노인들이 받는 거예요. 받을 때마다 미안하기 그지없어요. 미안함 마음을 덜기 위해서 이 일을 해요. 힘닿는 때까진 해야죠.”

할머니의 그 마음과 각오, 그리고 그 실천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다 알지만, 할머니는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원하지 않기에,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거부했다. 기자도 수년 전 제보를 받고, 접근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었다.

지난 7월 초하루 날, 산책길에 아파트 앞 인도에서 풀을 뽑는 할머니를 만났다. 첫 대면이었지만, 그 할머니임을 직감했다. ‘매일 쓰레기 줍는 할머니 맞냐’물었다. 맞았다. ‘쓰레기는 다 주워 인도의 풀을 뽑는다’며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홍성신문 기자임을 밝혔다. 듣고 예상한대로,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한 참 후, 조심스럽게 대화를 허락했다. ‘다른 노인들께도 알려, 이런 일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기자의 간곡한 주문이 통했던 것일까?

▲ 현대아파트 앞 인도, 잡초가 제거된 말끔한 모습(사진 위) 제거 전 (사진 아래)

현대아파트 앞과 그 위, 아래 월계천의 차이

할머니는 원래 포항 사람이다. 홍성엔 30여 년 전에 왔다. 현대건설에 다니던 할아버지를 따라 왔다. AB지구 방조제 건설 때 왔다 정착했다. 할아버지는 뭐 하시냐는 질문에, ‘책을 쓴다’고 답했다. 할머니는 7남매의 맏이다. 여섯 동생을 다 키우고 뒷바라지 했다. 뒷바라지를 위해, 대구에서, 서울 안국동에서 식당을 했다. 슬하에 자식은 없다. 하지만, 동생 셋이 홍성에 살고 있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어 든든하단다.

할머니도 남은 여생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고자 다짐한다.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마다 열심히 아파트 주변을 청소한다. 할머니의 그 노력은 확연히 표가 났다. 월계천을 따라 걸어보면 안다. 현대아파트 앞은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하다. 그 위, B아파트 앞 월계천, 그리고 그 밑 월계천 주변은 그렇지 못하다. 인도 역시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할머니의 생각과 실천이 만들어 낸 차이다. 그 생각과 실천을 할머니는 할머니의 의무라 말한다.
 

▲ 월계천변 또 다른 인도의 잡초가 무성한 모습, 하천 주변엔 쓰레기도 널부러져 있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어로서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권력과 부를 가진 지도층들의 사회적 책임과 봉사를 규정하는 말이다. 명예(노블리스)를 누린 만큼, 그 명예를 준 사회에 의무(오블리제)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자에게 최덕선 할머니를 귀뜸해 준 제보자는 말한다.

“2018년, 내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선거에 출마하려는 자, 당선(Noblesse) 후의 의무(Oblige)를 알고 출마하려 하는가? 제대로 모른다면, 최덕선 할머니를 찾아가 배워라. 주어진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 의무를 다하고 못함을, 뉴욕타임스는 ‘희생하는 것’과 ‘면제받는 것’이라 정의했다. 지도층 인사들의 ‘희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회는 건전해지며, 면제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는 그 반대로 간다는 것이다. 최덕선 할머니로 부터 배워야 할 정치인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아닐까? 내년 지방선거 때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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