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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탈선 ‘적신호’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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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탈선 ‘적신호’ <하>
  • 노진호 기자
  • 승인 2017.06.28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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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
 

지난 3월 17일 홍성경찰서에서는 과자를 훔친(단순절도) 청소년 3명에 대한 선도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선도심사위원회에는 김영재 변호사와 홍성경찰서 명기철 청소년선도위원장, 홍성군보건소 이용숙 정신보건팀장,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조현정 센터장이 참석했으며, 청소년들에게 선도조건부 훈방 처분을 내렸다.

‘선도심사위원회’는 처벌보다 교화, 낙인 효과 방지에 그 목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탈선에 대해 단순히 벌을 주는 것보다는 옮고 그름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천지역 청소년 선도에 앞장서고 있는 구세군 광천교회 지정균 사관(38·사진)에게 청소년 문제의 올바른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어른은 10명 … 애들은 30명

구세군 광천교회 신도 구성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곳 신도 중 성인은 10명 남짓이지만 청소년은 30여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교회가 운영이 될까’하는 의문을 품었지만, 그 의문은 곧 ‘부끄럼’이 됐다.

지정균 사관은 “2011년 2월 광천에 왔는데 편부·편모, 조손·결손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았다”며 “아이들은 갈 곳이 없으니 방황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꿈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교회 입장에서는 성인 신도가 많은 게 좋겠지만 우린 아이들이 중심”이라며 “우린 미래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고, 어른들의 헌신을 강조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지 사관은 이른바 ‘거리의 아이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들과 밥을 먹고 함께 놀았다. 그는 “불량청소년이라 해도 만나보면 다 착하다”며 “예배시간을 통해 이야기할 기회도 줬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혼자만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함께 울고 웃으며 치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자신의 불행에 대한 자책과 원망이 크다. 그런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좋은 사람’

지 사관은 한 아이의 사연을 들려줬다. 그는 “중학생인 A군은 아버지의 주폭으로 새벽 3~4시까지 그 뒤처리를 하는 일이 허다한 아이다. 어느 날 아이는 학교에서 다툼이 있었고,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당했다”며 “물론 A군의 잘못이지만 아무 얘기도 듣지 않고 죄인 취급만 하는 게 속상했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탓하는 것보다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지 사관은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더 원하는 것은 사람”이라며 “사람의 향기가 나는 곳에 아이들이 모인다. 아무리 인프라가 좋아도 불편하면 안 간다. 그곳에 ‘좋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물론 전반적인 청소년 복지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지 사관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지만, 약자가 큰소리치는 교회를 만들고 있다”며 “현재는 청소년이 더 많지만 점점 아이들을 사랑하는 어른들도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정이 건강해지면 ‘문제아’는 사라진다. 아이들이 미숙한 게 아니라 그들을 대하는 어른이 미숙한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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