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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탈선 ‘적신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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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탈선 ‘적신호’ <상>
  • 노진호 기자
  • 승인 2017.06.2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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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청소년들 ‘거리로’

홍성의 청소년 탈선 문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지난달 초에는 전국적인 이슈가 된 패싸움까지 벌어지면서,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홍성신문은 두 차례에 걸쳐 지역 청소년 문제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과 합심이 필요하다. 지난 5월 30일 홍주중·고 정문에서 진행된 기초질서 캠페인에 참가한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총동문회, 경찰, 모범운전자회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성읍 구도심 ‘개선’ 필요

지난 5월 2일 홍성읍 구도심에서 청소년 수십 명이 연루된 충돌이 발생했다. 느와르 영화를 연상시킨 이날 사건의 시작은 4월 29일 남산공원이었다. 홍성 모 중학교 졸업 후 서산지역 고교로 간 A군(고2)은 이날 친구 B군이 후배 C군(고1)과 다투는 모습을 보고 이를 말리다 구경하던 D·E군(고3)과 부딪혔다. 화가 난 D·E군은 A군을 때렸고, 이 사실이 A군 학교에 알려졌다. 이에 A군 친구들은 지난 5월 2일 사과를 받으러(?) 홍성에 왔고, 이 ‘원정’은 결국 ‘패싸움’이 됐다. 이날 사건으로 다행히 큰 부상자는 없었지만, 가담한 청소년은 홍성 13명·서산 14명 등 총 27명(단순가담자 제외)에 달했다.

패싸움 사건의 ‘줄거리’다. 하지만 구도심의 청소년 탈선 문제가 단지 이날 사건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해가 진 후 홍주성이나 명동거리, 홍성도서관 쪽을 걷다보면 담배를 피거나 술에 취한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내포 모아엘가아파트 인근이나 광천읍 일부 지역 등도 탈선 장소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성경찰서 오관지구대 관계자는 “순찰을 돌다 탈선현장을 자주 본다. 금요일에는 주민 신고도 많고 CCTV 관제센터에서 연락도 온다”며 “우선 술·담배 등의 출처를 묻고 경우에 따라 학교에 통보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탈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홍성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 관계기관 등의 대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패싸움’ 다음 날인 지난 5월 3일 충남도교육청에서는 홍성·서산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이 회의를 가졌다. 이후 홍성교육지원청은 교사들과 경찰, 자율방범대 등을 연계한 생활지도상임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주도연 교육과장은 “교육청도 반성을 많이 했고, 인성교육과 생활지도 강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SNS를 통한 지도와 학부모 협조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조현정 센터장은 “이번 사건은 아이들의 정의감이 잘못 표현된 것이다. 갑작스럽게 심각해졌다기보다는 누적된 문제”라며 “무엇보다 소통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문화시설 부족 ‘원인’ 지적

‘탈선’의 근본적인 이유로 문화시설 부족도 지적된다. 지난 5월 30일 홍주중·고 기초질서 캠페인에 참여한 홍주고 김주현 학생회장은 “명동거리에 문제가 많다지만, 거기밖에 갈 곳이 없다”며 “새 공간도 좋지만, 현재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을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홍성군청소년수련관 유훈 사무국장은 “수련관에도 거친 학생이 많았는데 점차 달라졌다”며 “더 많은 청소년을 끌어안고 싶지만 쉽지 않다. 공간 한계도 있어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련 인프라 확충은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홍성군청 주민복지과 서정훈 청소년장애인복지팀장은 “올 초 명동골목 개선 제안이 들어왔지만 기존 청소년수련관 활성화가 우선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시설 확대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 공통된 의견은 청소년 문제는 교육계와 학부모, 경찰, 지자체 등 지역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홍성YMCA 정재영 사무총장은 “청소년 문제 해결은 어떤 프로그램 같은 것만으론 어렵다”며 “밑 빠진 독에 물붓 듯 계속 사랑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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