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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서산시 해미면 산수리 안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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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서산시 해미면 산수리 안흥정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 승인 2017.04.25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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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하늘로 오르고 … 이씨 자손은 번창하고

▲ 안흥정 용샘 모습.
우리고장 해미면 산수리에 해발 200여 m 정도 되는 신선봉이라는 산봉우리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신선봉을 안흥정이라고 부른다. 옛날 이곳에 중국을 오가던 사신들이 휴식하던 안흥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안흥정에는 용샘이라고 부르는 샘이 있는데, 항상 물이 넘쳐나고 재미있는 전설도 함께 전해온다.

옛날에 안흥정에는 이씨 성을 가진 농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이씨가 샘 근처 논에서 김을 매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샘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이 울리고 물보라가 흩어지면서 용 한 마리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용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하늘로 오르려고 몇 번을 몸부림치다가 다시 샘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이었다.

이씨는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샘으로 다가가 보았다. 샘에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평온하고 맑은 물만 가득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날 밤에 이씨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머리가 하얗고 수염이 길게 늘어진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말을 걸어왔다.

“이보시오, 이씨. 나는 저 샘에 살고 있는 용이라오. 이씨에게 긴히 부탁할 일이 있어서 찾아왔다오.”

“아, 낮에 보았던 그 용 할아버지시군요.”

“그렇다오. 나는 하늘에 오르려고 산꼭대기 샘에서 오랜 세월동안 몸과 마음을 닦아왔다오. 그런데 아직도 내 힘이 모자라서 이씨의 도움을 요청하려는 거라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일 낮에 내가 하늘로 올라갈 때 ‘저기 용이 올라간다’하고 크게 외쳐주시오. 그러면 내가 힘을 얻어서 무사히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 거요.”

“그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지요.”

노인은 단단히 부탁하고 사라졌다.

이씨는 이튿날 다시 논으로 나갔다. 지난밤의 꿈을 생각하며 논에서 김을 매기 시작했다. 샘을 바라보며 요제나조제나 용이 하늘로 오르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샘에서 굉음과 함께 물보라가 흩어지며 용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고 있었다. 하늘로 올라가던 용은 힘이 떨어졌는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씨는 지난밤 꿈에서 노인이 한 말을 생각했다. 지금 용은 힘이 부족해서 하늘로 쉽게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금이야말로 큰소리로 힘을 불어넣어주어야 할 순간이라는 느낌이 왔다.

▲ 안흥정 신평이씨 산소 모습.
이씨는 배에 힘을 주고 크게 외치기 시작했다.

“저기 용이 하늘로 올라간다!”

이씨가 외치는 소리는 산을 쩌렁쩌렁 울리면서 메아리가 되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제자리에서 잠깐 주춤하던 용은 이씨의 외침에 힘을 얻은 듯했다. 다시 힘을 받아서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아, 드디어 용이 하늘로 올라갔구나!”

이씨는 지난밤 꿈속에서 노인과 했던 약속을 지킨 것이 제일 흐뭇했다. 이씨의 도움으로 용이 하늘로 무사히 올라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날 밤에 이씨는 잠을 자다가 다시 꿈을 꾸었다. 노인이 활짝 웃으며 찾아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씩이나 전했다.

“내가 이씨의 덕분으로 힘을 얻어서 무사히 하늘로 올라왔다오. 이 은혜를 갚아야 하겠는데 소원이 있으면 말해보세요.”

“제가 크게 도와드린 일도 없는데 소원이라니요.”

이씨는 소원을 말하기가 쑥스러웠다. 아무 말도 못하고 주저주저 하고 있었다.

“허허, 그렇다면 내가 정하지요. 앞으로 이씨 가문에는 자손들이 번창하고 부자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겠소.”

“어휴, 그저 송구스럽고 감사할 뿐입니다.”

이씨는 어쩔 줄을 모르며 머리만 조아리고 있었다. 이씨가 고개를 들어보니 노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후로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샘은 용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용을 도와주었던 이씨 가문은 자손들이 번창하고 대대로 부자가 많이 나왔다. 지금도 옛날에 용을 도와주었다는 신평이씨 가문의 산소가 안흥정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신평이씨 가문 조상들의 산소 옆에는 용샘이 남아있으며 사시사철 맑은물이 철철 흘러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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