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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정/ 김미경<청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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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정/ 김미경<청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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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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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뉴스, 가짜 뉴스

▲ 김미경<청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19세기 저명한 언론인 찰스 다나(Charles A. Dana)는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고 하였다. 뉴스의 가치는 사람의 관심을 끌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뉴스 가치가 있는 화제 거리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효력이 크면 클수록 주목도가 더 커진다. 뉴스는 ‘사실’, ‘전달자’, ‘수용자’ 3 요소로 구성된다. 사실이 아닌 뉴스는 ‘유언비어’이다. 전달자인 기자나 매체가 오보, 허위보도, 편파보도, 과장보도, 언론플레이를 할 경우 뉴스의 가치는 심각히 훼손된다. 수용자가 이러한 뉴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도 뉴스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 뉴스의 가치를 따져묻기는 고사하고 ‘사실’인 척, ‘전달자’가 있는 척한 기사에 ‘수용자’가 집단적 최면에 걸리고 있다. 가짜정보로 된 뉴스는 미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나라에도 가짜뉴스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는 “미국 대선이 임박할수록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짜뉴스’는 뉴스가 될 만한 1차적인 자격을 갖춘 모양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반응을 이끌었던 기사는 ‘엔딩 더 페드’라는 정체불명의 사이트에서 작성된 “프란치스코 교황,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다…트럼프 지지 발표”기사다. 이 기사는 공유·반응·댓글 96만 건을 기록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도널드 트럼프가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 는 ‘가짜 뉴스’가 등장 했다. 이 가짜뉴스는 온라인에서 1500번 넘게 공유됐다. JTBC가 보도해 국정농단 사태를 알린 태블릿 PC의 존재도 조작됐다는 ‘가짜 뉴스’도 등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의 사진 위에 “여기자 성추행범! 1999년 9월 징계처분 받음” 제목을 넣은 ‘가짜 뉴스’도 나왔다. 이런 가짜뉴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어느덧 정보의 바다에서는 조류를 따라 폐기쓰레기더미처럼 유영하며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황당하다고 치부해버리다가도 ‘뉴스’의 포맷을 갖춘 가짜 정보에 대해 ‘혹시’라는 의심과 함께 기이한 스토리텔링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망설이기도 한다. 또한 ‘뉴스’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목소리 큰 “아니면 말고”식의 뉴스소음도 가짜뉴스의 민감도를 약화시키는 것 같다. 뉴스의 권위는 사라지고 모든 뉴스가 도매급으로 잡스러운 ‘찌라시’로 취급될 위기에서 ‘가짜 뉴스’는 매우 심각하다.

그래도 왜 수용자들은 ‘가짜뉴스’에 열광하는 것인가? ‘뉴스’가 사실을 근간으로 하던지 하지 않던지 ‘뉴스’가 내 편을 들어주면 안정감을 느끼고 그 동조감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여 여론화하고 세력화하고 싶은 욕망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우에도 내 의견에 동조하는 뉴스에 대해서 내 친구와 공유하여 연대의식을 느끼고 싶다는 욕구를 갖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이 가진 생각과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을 전문가들은 ‘확증편향’(確證偏向 : 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이런 경향은 오히려 뜻 맞는 사람끼리만 소통하는 거대한 폐쇄회로인 소셜미디어의 ‘끼리끼리’ 집단을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혼란과 혼돈이 소용돌이치는 이 위기는 거짓 정보로 인한 잘못된 착각과 판단에서 기인한다. 참담하고 슬픈 시간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 ‘가짜뉴스’ 양산자들의 의도를 간파하고 비판적으로 뉴스를 읽을 수 있는 수용자 교육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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