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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금오산(金烏山)과 향천사(香泉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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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금오산(金烏山)과 향천사(香泉寺)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 승인 2017.01.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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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까마귀가 안내한 천하 명당

▲ 향천사 전경.
우리고장 예산군 예산읍 향천리 금오산(金烏山) 기슭에 천년고찰 향천사(香泉寺)가 자리 잡고 있다. 금오산은 해발 223m이며 예산의 진산으로서 주변 주민들의 육체적·정신적인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금오산이라는 산 이름과 향천사라는 절 이름의 유래가 전설로 재미있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향천사는 서기 656년(백제 의자왕 16년)에 의각선사(義覺禪師)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의각선사는 키가 8척 거구였으며 항상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다닐 정도로 불심이 깊은 고승이었다. 일본의 백제사라는 절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중국으로 건너가 구자산(九子山)에서 불도를 수행하였다. 깊은 밤에 눈을 감은 채 반야심경을 외우면 사방의 벽이 뚫린 것처럼 밖의 모습이 훤하게 내다보일 정도로 법력이 깊었던 스님이었다고 한다.

의각선사는 불도를 수행하면서 항상 마음속에 대중포교의 뜻을 갖고 있었다. 중국에서 수행하는 3년 동안 3053불상과 16나한과 삼존불을 직접 조성하였다. 수행을 마치고 백제로 돌아올 때는 이 불상들을 모두 배에 싣고 왔다.

▲ 금오산 정상에서 관모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의각산사가 불상을 배에 싣고 도착한 곳은 충청도 예산 땅이었다. 이곳 해안에 배를 정박시켜 놓은 채 3개월 동안 밤낮으로 예불을 올리며 불상을 봉안하기 위한 장소를 찾아다녔다.

어느날 의각선사가 예불을 올리던 중에 어디선가 황금빛 까마귀 한 쌍이 날아왔다. 까마귀는 머리위에서 맴돌며 까악까악 울어대고 있었다.

‘금까마귀가 찾아온 것은 참으로 상서로운 일이로구나.’

의각선사는 까마귀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머리위에서 울어대며 한참동안 맴돌던 금까마귀는 동쪽 산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의각선사는 부랴부랴 금까마귀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따라나섰다.

의각선사는 금까마귀를 따라서 동쪽 산 아래 골짜기까지 달려갔다. 금까마귀는 산골짜기 주변을 몇 번 맴돌다가 평평한 땅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 향천사 일주문.
의각선사는 금까마귀가 내려앉은 곳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의각선사가 다가가자 금까마귀는 갑자기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작은 옹달샘이 있었다. 옹달샘 안에서는 맑은 물이 퐁퐁 샘솟는데 황홀한 향기가 주변에 가득했다.

‘아하, 금까마귀가 내려앉은 이곳이야말로 불상을 봉안할 천하의 명당이로구나.’

의각선사는 이곳에 절을 지으라는 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했다. 곧바로 공사를 진행하여 절을 완성하고 중국에서 모시고 온 불상을 봉안하였다.

이후 금까마귀가 날아온 산 이름을 ‘금오산(金烏山)’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예부터 금까마귀는 태양을 가리키는 신성한 의미로 상징되는 새이다. 금오산은 평범한 산이 아닌 신성한 의미의 ‘태양산’인 것이다.

▲ 향천사 구층석탑.
금오산 자락에 자리 잡은 향천사도 의미가 남다르다. 향기 나는 샘이 있는 절로서 일반적인 사찰과는 차별화 되는 신성한 의미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의각선사가 처음 예산 땅에 도착한 곳은 예산읍 창소리 북포해안이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포구였으나 현재는 무한천이 흐르고 있으며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밤낮으로 종소리를 울리며 예불을 올렸다고 하여 종경리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종경리는 창소리와 이웃한 신암면 소재지에 있는 마을이다.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향천사를 창건한 의각선사는 더욱 정진수행 하다가 78세에 입적하였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이곳에서 정진수행하던 멸운스님이 50여명의 승병을 조직하여 국난극복에 심혈을 기울이며 호국의 혼을 불태웠던 사찰이기도 하다.

향천사 경내의 천불전에는 천불상을 봉안해 놓고 있다. 이외에도 의각선사와 멸운선사의 부도탑과 향천사구층석탑은 찾는이들에게 사찰의 오랜 역사를 증언해주고 있다. 나한전 앞에 서있는 향천사구층석탑은 임진왜란 등의 국난을 겪으면서 본 모습이 많이 훼손되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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