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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지역농업의 새물결③/ 지역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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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지역농업의 새물결③/ 지역학회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7.01.12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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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생활인·활동가 공동주체학회 상반기 설립

▲ 지역학회 설립을 위한 첫 모임이 지난 11일 홍동면 밝맑도서관에서 열렸다. 상반기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 주민이 주최가 되는 지역학회가 전국에서 처음 홍성에 설립될 것으로 보여 올해 지역농업의 새물결을 가르는데 앞장 설 것으로 기대된다.

홍동과 장곡 지역 주민,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 대표, 정민철 젊은협농장 이사 등 30여명은 지난 11일 홍동 밝맑도서관에서 올해 첫 모임을 갖고 지역학회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이들은 “그동안 많은 지역 연구들이 마을주민들을 연구 대상자로만 치부하고 연구 성과는 지역발전 동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을 지역하며 “지역이 주도하고 연구자와 활동가, 공무원이 참가해 현장 경험을 공유하면서 보편타당성을 모색하는 학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가칭)00지역학회는 지난해 8월 홍동밝맑도서관에서 주민과 스즈끼 사토마사 일본 홋카이도대 명예교수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학회 구상과 제안 대회를 열고 토론을 벌이며 시작됐다.

3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지역학회를 비롯해 전국에 여러 지역학회가 있으나 대부분 역사, 문화 등을 주제로 한 전문가들의 연구기관이며 농촌 지역 주민이 주최자로 함께 참여하는 지역학회는 홍성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제안대회의 토론 과정에서는 ‘학회’라는 이름이 적당한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나와 향후 과제로 남겼다.

한편 홍동과 장곡면에서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영향으로 각종 협동조합 등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 형성 사례들이 전국적 모범이 되고 있으나 특정 지역에 갇혀 홍성군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번 지역학회는 홍성군 전체와 충남을 중심으로 하며 전국, 나아가 해외까지 확대해 글로벌한 실천과 연구를 역설하고 있어 귀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자인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 대표는 이 지역학회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올해 5월까지 4회 정도 설립제안 모임을 더 갖고, 준비위원들은 격주로 모여 학회의 방향과 성격, 이름, 운영방식 등을 협의해 상반기에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00지역학회 설립 제안문
마을과 지역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간 ‘낡고 뒤떨어진’ 것으로 무시되어온 농촌공동체의 전통과 수천 년간 지속해온 ‘마을에서의 삶’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두리’로 치부되었던 농어촌, 지방, 마을의 생활현장이 21세기의 새로운 가치를 탐색하고 구현할 ‘살아있는 연구실이자 실험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0세기의 문명은 강대국과 대도시 중심의 개발과 발전을 바탕으로 건설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약소국, 지방, 농어촌, 마을은 일방적으로 희생되고 낙후되었습니다.

강자와 약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사이의 나눔과 차별이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이 불러온 심각한 폐해들을 반성하고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지금 지구적, 지역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것들, 서로 다른 것들 사이의 평등하고 생태적인 공존과 융합’의 삶을 다 함께 연구하고 실험하려는 노력도 활발합니다.

이런 가운데 마을과 지역 현장이 생생한 연구실이자 실험실로 부각되고, ‘연구자와 생활인과 활동가가 통합된 공동주체’의 등장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최근 ‘지역연구’, ‘지역학’, ‘마을학’ 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연구는 이런 취지에서 출발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하는 사람 따로 있고, 연구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을과 지역(주민)은 단지 연구대상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연구의 공동주체로 등장해야 합니다.

그 많은 지역연구 보고서 속 하나의 사례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바탕으로 지역 발전의 중요한 동력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살아있는 지역연구’가 지금 필요합니다.

우리 지역은 농경 마을의 오랜 기억과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위에 근현대적 평등과 공존의 가치를 실천하는 농민교육 전통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분의 장기간 노고로 형성된 이 독특한 조건은, 21세기가 추구하는 평등과 융합의 삶을 연구하고 실천할 최적의 환경입니다.

이제는 우리 지역의 귀한 경험과 특수한 조건을 충실히 기록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시작할 때입니다.

마을 사람과 지역주민이 다양한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한 과정과 성과를 잘 정리해서 국내외 여러 지역과 공유할 때입니다.

마을과 지역마다 특수한 경험과 조건을 서로 참조하고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지속 가능한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해가야 합니다.

그럴 때 닫힌 마을 닫힌 지역들의 고립을 넘어 열린 마을 열린 지역들의 ‘살아있는 연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제 이를 위한 작은 시도를 하려 합니다. 우리에겐 조금 생소한 ‘학회’라는 모양새입니다.

학회라는 형식을 빌리되, ‘생활과 연구의 통합’이라는 큰 바탕 위에서 마을 사람, 지역활동가, 지역연구자들이 그간의 단절된 관계를 넘어서 공동주체가 되어 함께 연구하고 대화하고자 합니다.

가칭 00지역학회 설립 제안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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