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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머무는 그 곳, 이발소> 역전이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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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머무는 그 곳, 이발소> 역전이용원
  • 김미성 기자
  • 승인 2016.12.05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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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다 모인다

 
1970년 개업한 역전사거리에 자리한 역전이용원는 46년째 성업 중이다. 이발소에 들어서니 주인장은 손님의 머리를 컷트하고 있다. 컷트가 끝난 후 면도날을 낡은 조각 천에 쓱쓱 문지르더니 익숙한 솜씨로 면도를 시작했다.

날이 선 면도날이 보는 사람은 아슬아슬한데 정작 주인은 눈 감고도 면도 할 기세다. 손님은 말끔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한다. 역전이용원는 사람이 북적북적 온기가 가득하다. 대기의자에는 중년의 남자 손님이 기다리고 있고 이발을 마친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새로운 손님이 이발소 문을 밀고 들어선다.

백발의 황교성(72세) 주인장은 1961년도 아버지의 권유로 열일곱에 이발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 주변 친구와 친척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자랑한다. 나이가 많은데도 여전히 경제활동을 한다는 점과 일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어서이다. 한편 시간이 없어서 여가를 즐길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다고 짐짓 여유를 부린다.

 
역전이발소는 역전 근처에 있는 특성상 홍성 뿐 아니라 서울, 서산, 태안 등 타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드나든다. 그러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다 나온다. 손님들이 여럿 모이면 장기를 두며 오랜 시간 머무르기도 했다.

70년대 말 어느 날, 손님이 헐레벌떡 달려와 열차시간이 20분밖에 안 남았다고 다급하게 머리를 깍아 달라고 해서 15분 만에 이발을 해줬는데 “내가 이발했는데도 어찌나 신기하게 잘 됐던지 몇 십 년이 지났는데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때 그 손님은 지금까지 평생 단골이 됐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서울에서 결혼식장을 찾은 한 아주머니가 이발소 앞에서 당황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더란다. “아줌마, 왜 그러세요?”하고 물으니 한참을 망설이던 아주머니가 “아저씨 인상이 선하니 물어보겠는데 서울에서 예식장 가려고 내려 왔는데 청첩장을 깜박하고 왔다”며 “신랑 이름과 신랑 아버지 이름을 대고 예식장을 찾아 달라고 해 홍성에 있는 예식장에 수소문 해 찾아 준 일도 있다”고 했다. 그 아주머니는 다시 홍성에 내려 왔는데 고마움의 표시로 두 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왔단다. 그 시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서슴없이 도와주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정이 넘쳤다고 했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옛날엔 열차 사고도 수시로 일어나 못 볼꼴을 많이 보기도 했다”고 했다. 이발한 이야기 보다 이발소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가 책으로 한 권을 쓰고도 남을 만큼 많다고 했다.

 
황교성 씨는 4남매를 길렀다. 그 중에서 셋째 딸이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아 충남 천안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다. 가끔 손님들에 관한 이야기나 애환을 나누곤 한다. 셋째 딸은 직장을 다니다가 어느 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던 중 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 길로 미용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 딸이 얘기가 잘 통해 기쁘기도 하고 이 일의 고충을 알기에 애잔하기도 하다고 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단골들이 멀리서도 찾아 온다”며 “잊지 않고 찾아 주는 발길이 있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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