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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화두, ‘홍주’> 지명변경 목소리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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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화두, ‘홍주’> 지명변경 목소리의 어제와 오늘
  • 윤종혁 기자
  • 승인 2016.11.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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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 ‘반짝’ … 1000년 앞두고 다시 부상

지명(地名)은 지역의 정서와 정체성을 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붙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이름이 중요하듯, 지명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스며들어 있다. 홍성에서 홍주로 지명을 바꾸자는 의견이 곳곳서 제기되고 있다. 일부는 홍성군이 시가 되는 시점에 홍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은 홍주 지명 역사 1000년이 되는 2018년에 홍성에서 홍주로 이름을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홍성의 지명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사람들은 왜 지명변경을 요구하는지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조선시대 홍주목 지도. 지금의 당진시 합덕면과 서산시 운산면이 모두 홍주목 관할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보령시 소속의 23개 섬도 모두 홍주목 관할이라 지도에 표시돼 있다.
2018년 홍주 지명 1000년

2018년은 홍주라는 지명이 사용된 지 1000년이 되는 해이다. 고려 시대 현종 9년(1018년)에 행정구역이 개편되며 처음 ‘홍주’가 사용되기 시작됐다는 것이 이진한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등 역사가들의 중론이다.

이후 홍주라는 지명이 계속 사용되다가 일제강점기인 1914년 3월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홍주군은 ‘결성현(結城縣, 지금의 결성면)’의 11개 면을 병합하면서 홍주군의 ‘홍(洪)’자와 결성현의 ‘성(城)’자를 따서 ‘홍성군(洪城郡)’이란 새 이름을 갖게 된 이래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금도 홍성에는 ‘홍주’라는 지명의 흔적이 홍주읍성, 홍주아문, 홍주초등학교, 홍주고등학교, 홍주문화회관 등 각종 명칭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홍성군에서는 홍주 지명 사용 1000년이 되는 2018년을 ‘홍주천년 방문의 해’로 정해 대외적으로 홍주 1000년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약 67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학술세미나 개최, 홍성을 빛낸 인물 발굴, 읍·면 대표놀이 발굴 등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 홍주 지명 변경과 관련해 결성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1991년 9월 9일자 주간홍성(현 홍성신문) 1면 기사.
일제에 빼앗긴 이름 ‘홍주’

홍주는 1371년 목(牧)으로 승격되며 1907년까지 내포지역 지방행정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근대로 내려오면서 점차 그 위상이 흔들린다. 근대적인 지방 제도의 개혁이라는 이름아래 진행된 일제의 식민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895년 고종 30년 충청도 내 공주와 홍주가 부(府)로 승격됐다. 홍주부는 22군을 다스리게 됐다. 일본총독부는 1907년 지방행정구역 개편으로 홍주부를 홍주군으로 바꿨다. 홍주부가 관할하던 인접 각 고을도 오늘날의 행정구역과 비슷하게 나뉘어 군으로 독립하게 된 것이다. 이때 홍주부에 속해있던 고북면과 운천면이 해미면으로 합남면과 합북면, 신남면, 신북면, 현내면이 당진군으로, 용천면(오늘날의 천북면)이 오천군으로 편입됐다. 홍주군의 위상이 줄어든 것이다.

일제는 1913년 12월 또 다시 지방행정구역을 바꾼다. 부(附), 군(郡), 면(面), 리(里)를 대폭 통합하고 동시에 명칭도 바꿔 버렸다. 이 때 홍주군은 결성군과 합쳐져 오늘의 홍성군이 되었다. 합쳐지면서 장고도를 비롯한 14개의 섬이 다른 군으로 이속됐다. 홍성군은 1940년 홍양면이 홍성읍으로 승격됐고, 1942년 광천면이 광천읍으로 승격돼 2읍 9개면을 관할하고 있다.

청운대 교양학부 김경수 교수는 “우리 고장의 옛 이름인 홍주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4개의 큰 고을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근대의 지방제도 개혁 과정에서 크게 축소됐고 위상이 격하됐으며 홍주라는 이름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됐다”며 “최근 들어 홍주의 옛 영광을 다시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며, 이에 발 맞춰 홍주 지명을 되찾고자 노력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 홍주지명되찾기운동본부가 2015년 2월 6일 지명 변경과 관련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명 되찾기 논란 거듭

1991년 1월 이상선 군수가 부임하면서 홍성군을 홍주군으로 바꾸자는 논쟁이 불붙었다. 홍성군은 4월 3일 향토유적보호위원회를 소집했다. 위원회에서는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의해 잃어버린 옛이름 홍주를 되찾자고 합의했다. 군은 1992년 1월까지 홍성군을 홍주군으로 바꾸겠다는 안을 군의회에 상정했다.

군의회는 7월 25일 ‘홍주이름되찾기검토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주민들의 의견은 찬반이 분분했다. 7월 13일에는 ‘홍주지명 고찰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홍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고, 결성의 역사성을 계승하기 위해서라도 홍성 이름을 계속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절충안으로 홍성읍을 홍주으로 바꾸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주 이름 되찾기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성면 주민 200여 명은 1991년 9월 5일 홍성군 명칭보존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후 ‘홍성군명보존회’를 만들었다. 홍성군이 홍주군으로 바뀌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홍성이 시(市)로 승격될 때 홍주시로 옛 이름을 되찾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1991년 11월 9일 정원식 국무총리는 홍성군청 대강당서 충남도민과의 대화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상선 군수는 홍주군으로의 지명 변경을 건의했다. 배석한 최인기 내무부차관은 “군민의 의사가 합의되고 군과 도에서 건의하면 홍주 이름을 찾기 위한 행정구역조정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내년에 국회에 상정할 용의가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후 이상선 군수가 1993년 1월 13일 홍성군수직을 떠나면서 홍주 지명 변경 운동이 시들해졌다. 11개월 15일 만인 1994년에 이상선 군수가 다시 부임했지만 6개월 만에 석연찮은 이유로 충남도로 발령이 났다. 홍주지명 변경을 중심에서 이끌던 이상선 군수가 떠나면서 지명 변경 논의는 유야무야 끝이 났다.

▲ 홍성의 고을명과 역사적 위상의 변천에 대한 세미나가 2014년10월 24일 청운대에서 진행됐다.
홍주지명되찾기 운동본부 발족

홍주가 홍성으로 개명된 지 꼭 100년만인 2014년 9월 홍주지명되찾기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같은 해 12월 지역 내 각계 인사, 주민 등 200여 명이 명예회장, 고문, 자문위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집행부를 구성했다. 2015년 2월 운동본부가 공식 출범했다.

운동본부는 출범과 함께 지난해 2월 6일 홍주지명 되찾기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홍주 지명 변경 필요성에 대한 불을 다시 당긴 것이다. 올해도 9월 1일 홍성문화원에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고, 홍성군 사회단체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홍주 지명 변경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오석범 위원장은 “일제 강점기인 1914년 일본인들이 우리의 얼과 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정책으로 강제 개명시킨 지명을 100년 넘게 사용해 오고 있다. 도청 소재지로 새 충남시대를 열어 가면서 우리의 아름다운 뿌리를 찾아 홍주의 찬란한 역사를 이어가야 하는 사명이 오늘 홍성을 사는 우리에게 있다”며 “범국민운동본부는 앞으로도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운동과 연구로 군민의 이해를 돕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 개명운동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 홍주천년 기념사업 마스코트.
기념사업서 쏙 빠진 ‘홍주지명변경’

홍성군이 추진하고 있는 홍주천년 기념사업에 홍주 지명 변경 논의가 빠졌다. 이에 일부에서는 지명 변경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은 홍주라는 지명이 사용된 지 1000년이 되는 해다. 군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2018년까지 다양한 홍주천년 기념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관용차에 천년마스코트 부착, 홍주천년 기념품 아이디어 공모, 천년홍주학 강좌 개설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홍보영상 제작, 타임캡슐 제작 등 2018년까지 20여 가지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2018년 홍주지명 1000년이 되는 해를 맞아 홍성의 지명을 ‘홍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심포지엄에서 공주대 윤용혁 교수는 “홍성이라는 이름을 ‘홍주’라고 바꾸는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홍주 지명 역사 1000년을 맞이하는 2018년은 홍주 지명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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