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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서련(徐憐) 전설 어린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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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서련(徐憐) 전설 어린 연못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 승인 2016.09.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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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출신 판관, 제주도 수호신 되다

▲ 서련 전설 연못. (구항면 지정리 소재)
제주도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 중에서 금녕사굴이라고 부르는 뱀굴이 있다. 제주도 관광 안내 책자에 의하면 이 굴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이 굴은 북제주군 구좌면 금녕리에 있는 용암굴의 하나이다. 옛날에 이 굴 안에 커다란 뱀이 살고 있어서, 해마다 처녀를 바치지 않으면 주민들을 괴롭혔으므로 서련 판관이 군사들과 더불어 없앴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이하 생략-

이상과 같이 관광 안내서에 소개한 전설의 주인공 서련(徐憐) 판관은 바로 홍성군 구항면 지정리 출신이다. 서련이 제주판관을 지내면서 주민들을 괴롭히는 구렁이를 처치했다는 전설이 제주도와 홍성에 전해오고 있다.

서련은 1494년에 출생하여 17세에 무과에 급제하였다. 그리고 19세에 제주 판관으로 임명되었다. 서련이 제주도에 부임하여 보니, 이 지방의 모든 집들은 하나같이 초가지붕 뿐이었다. 관아의 관사까지도 초가지붕으로 되어 있어서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서련이 이상하게 생각하고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런데 그 대답이 참으로 기가 막혔다.

원래 한라산에 석굴이 하나 있는데 굴속에는 길이가 수십척이 넘는 구렁이 한 마리가 있어서 도민들을 괴롭힌다는 것이었다. 도민들은 구렁이의 행패가 무서워서 해마다 15~16세 된 처녀를 제물로 바치며 제사를 지낸다는 것이었다. 특히 구렁이는 열기나 연기를 싫어해서 기와를 굽지 못하므로 모든 지붕들이 초가일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었다.

서련은 이 말을 듣고 제주도민들이 무지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그 즉시 관원들에게 명하여 기와를 구워 관사를 개축하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은 구렁이를 없앨 것을 결심하고 관원들에게도 이 사실을 전했다.

드디어 구렁이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 찾아왔다. 이날, 서련은 장정 두 명에게 도끼를 들고 굴 양쪽에서 지키도록 했다. 그리고 굴 앞에는 숯불을 피워 놓은 다음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예년처럼 제사 지내는 의식이 진행되자 굴 안에 있던 구렁이가 굴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그 때 서련은 들고 있던 칼로 구렁이를 찌르며, 장정들에게 도끼로 구렁이의 머리를 공격하도록 했다.


구렁이는 서련과 장정들의 공격으로 피를 많이 흘리면서 죽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구렁이가 죽어가며 흘린 핏방울이 모두 구렁이 새끼로 변하고 있었다. 서련은 이들 구렁이새끼들을 보이는 대로 잡아서 숯불에 태워 버렸다. 이렇게 하여 서련은 제주도에 전해지는 악습을 근절시키는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서련은 안타깝게도 구렁이를 죽이고 돌아온 후로 병을 얻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결국 서련은 제주도민의 애타는 염원에도 불구하고, 1515년 21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서련의 유해를 고향인 홍성으로 운구하던 행렬은 제주도민의 계속되는 애도 때문에 며칠동안 지연되기도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서련의 유해는 구항면 지정리 보개산 기슭에 안장되었다.

한편 서련의 묘를 조성하던 날, 봉분 위로 구렁이 한 마리가 슬금슬금 기어 올라가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이는 굴속에 사는 뱀을 죽일 때 뱀의 피에서 태어난 새끼 구렁이였다. 이 새끼 구렁이가 서련의 유해를 뒤따라 와서 마지막까지 그를 해치려고 했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차마 이 새끼 구렁이를 죽이지 못하고 마을 앞에 작은 연못을 파주고 그 속에서 살도록 했다.

▲ 연산서씨 석보 모습. (구항면 지정리 소재)
▲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장>
이 연못은 지금까지도 전설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바로 맞은편에는 연산 서씨들이 집안의 족보를 바위 암벽을 뚫고 봉안해 놓은 석보(石譜)가 있다.

제주도 뱀굴 앞에는 제주도민들이 비를 세워 서련 판관의 뜻을 기리고 있다. 우리고장 출신 서련 판관은 죽은 후에도 제주도의 수호신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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