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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녹색이야기/ 올해는 “콩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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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녹색이야기/ 올해는 “콩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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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2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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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장곡면>

▲ 정영희<장곡면>
올해 사람 발길이 뜸해 풀밭이 되곤 하는 마당 가장자리에 콩을 심었다. 사이사이 꽃도 심었다. 남편은 왜 마당에다 콩을 심느냐며 의아해했다. 은주할머니도 마당가에 콩을 심었었다. 은주할머니는 3년 전 85세쯤 되는 나이에 돌아가신 내 단짝이던 동네 할머니이다. 기운이 없어 큰 뒷밭을 모두 남에게 농사짓도록 빌려준 할머니는 “이게 다 마당가에 심어 거둔 콩이야.” 라고 흐뭇한 얼굴로 말씀하시며 한 말 쯤 되는 콩을 보여주시곤 했다.

마당에다 콩을 심은 이유는 일단 마당에 나는 풀 때문이었다. 마당에 난 풀은 일삼아 매지지가 않는다. 밭일을 한 후 지쳐서도 그렇지만, 바쁘지 않더라도 뒤로 미루다 보면 여름을 지나면서 마당은 어느새 풀밭으로 변해 있곤 했다. 시멘트나 블록, 잔디를 깔면 어떨까도 생각했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게다가 앞밭에 심은 콩이 좀 부족하다 싶었다. 뒷밭에 콩 심을 자리가 있긴 했지만 뒷밭에는 싹이 나면 새가 먹고, 조금 자라나면 고라니가 모조리 먹어치웠다.

마당에 콩 심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풀을 깎고 구덩이를 조금 판 후 콩알을 묻고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면 끝이다. 자라면서 옆에 난 풀을 한두 번 베어주면 되고 거름을 줄 필요도 없다.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중에서 질소라는 영양분을 끌어와 쓰기 때문이다. 콩은 스스로 만든 이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남는 것은 땅에 남겨둔다. 이듬해에 다른 작물에게 준다. 공중에 떠다니는 질소를 끌어다가 뿌리의 둥근 방속에 저장한다니 볼 때마다 신기하다.

올해는 UN이 정한 ‘콩의 해’이다. 이 작은 것에 깃든 큰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뜻이겠다. 스스로 거름을 만드니 화학비료가 필요 없고, 화학비료가 필요 없으니 에너지를 쓰지 않고, 에너지를 쓰지 않으니 온실가스 배출을 막아 기후 변화에 대안을 마련해 준다. 고기 대신 양질의 단백질을 사람들에게 공급하고, 화학비료로 황폐화된 땅을 비옥하게 한다. 가뭄에도 잘 견디고, 딱딱하고 마른 땅에서도 잘 자란다. 지금 우리 마당에선 풀 관리도 해 준다. 콩 대에 핀 자그마한 보랏빛 꽃도 앙증맞고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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