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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녹색이야기/ ‘지구엄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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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의 녹색이야기/ ‘지구엄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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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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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장곡면>

▲ 정영희<장곡면>
더워도 참을 수 있을 만큼만 덥고 추워도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추우며, 바람이 불어도 사람이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만 분다는 게 어렸을 때부터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그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고 축복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선풍기를 틀지 않고도 나무그늘에 앉거나 찬물에 발을 담가 여름을 날 수 있던 때가 많았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선풍기 한 대가 더 들어왔고, 한낮이 되면 피난 가듯 서둘러 에어컨 있는 곳을 찾았다. 밥 해 먹는 일도 너무 힘들었다. 아침에 저녁 먹을 반찬까지 해 놓지 않으면 한낮이나 저녁에 무엇을 끓인다는 것이 고역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먹을 것을 해 놓고, 밥 먹고, 숨쉬고, 더위 피할 곳을 찾고, 멍하니 있곤 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올 여름엔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해 한번쯤은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에도 지금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앞으로 몇 십 년 안에 지구온도가 3도 이상 올라간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러나 거기까지만 이야기 할 뿐 지구 온도가 높아지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는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자연 재해는 지난 133년간(1880~2012) 지구의 평균기온이 0.85도 올라서 겪는 것이라고 한다. 3도가 오른다는 것은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수면 상승, 홍수와 가뭄, 식량위기, 물 부족, 슈퍼태풍 같은 생존과 직결된 일들을 겪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곧 재앙을 의미하는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런 설명으로도 우리가 제대로 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지구는 크지만 아주 예민하고 모두 느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고, 숲을 벌목하여 태워 버리고… 파헤치고, 비료를 뿌려대고 하는 것을… 고통스러워 해… 마치 모기가 물면 사람이 느끼고 고통스러워 하듯이… 그럼에도 지구는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듯 사람들을 사랑해… 지구를 도와야 해. 따뜻하게 대해주면 지구는 힘을 얻어… 단 한사람이라도 다정하게 흙을 만지면 지구는 그걸 느껴…” 요즘 읽고 있는 <아나스타시아>라는 책의 일부이다. 저녁나절 좀 시원해지면 호미 들고 들깨 밭에 나가야겠다. ‘지구 엄마’의 살을 만져야지. 너무 더워서 살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더욱 이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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