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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상경마장, 일방 행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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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상경마장, 일방 행보 안된다
  • 홍성신문
  • 승인 2016.07.2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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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홍성군은 화상경마장 유치 사업을 승인하는 도장을 찍고 말았다. 13개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로 화상경마장 반대를 외치고 나섰지만 군은 이를 묵살한 채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군 예산의 1%에도 못 미치는 세수를 가지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삼고, 출입자의 75%가 도박 중독자일 정도로 폐단이 심각한 도박장을 ‘복합문화단지’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면서 ‘사행성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홍성군의 안일한 인식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주민 반대에 부딪혀 경마장 유치가 무산된 것이 불과 1년 전 일이다. 이 화상경마장은 작년 초 보령시에 유치하려던 것이 주민반발로 무산되면서 홍성군 서부면으로 옮겨왔고, 당시 홍성뿐 아니라 서산·태안 등 인근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이미 한 번 철회된 사업을 재추진하면서 홍성군은 주민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도 없이 경마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화상경마장은 복합문화단지가 될 수 없다. 화상경마장은 가는 곳마다 사회적 폐단을 양산하는 사행성 도박장에 불과하다. 정부가 나서서 육성해야할 산업은 더더욱 아니다. 이미 화상경마장을 유치한 다른 지역에서 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사행성 도박에 빠져들게 하고, 가정파탄과 반사회적 범죄가 증가하는 등 병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행산업육성으로 돈을 벌어 주민들을 살기 좋게 해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홍성군은 20~30억에 불과한 세수증대를 앞세워 평범하게 살아가는 많은 주민들을 도박의 위험에 빠트려서는 안 된다. 도박중독으로 패가망신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었다. 이들의 도박중독이 과연 개인의 잘 못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가? 개인의 도박중독은 사회적 병폐의 일부이다. 어느 누구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화상경마장 같은 사행성 시설은 지역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인 만큼 민주적인 절차와 여론수렴, 공론화의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경마장이 들어오기로 한 서부면 신리 바닷가는 주말이면 가족들이 아이들 손잡고 바람 쐬러 나가는 가족 나들이 장소이다. 바닷가 마을 길목에서 바지락을 파는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작은 고깃배들이 오가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며 추억을 쌓던 장소이다. 우리네 지친 일상을 소소한 즐거움으로 위로해 주던 이곳에 사행성 화상경마장이 들어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순박한 어촌 마을로 도박 중독자들이 인근각지에서 모여들어 북적거릴 것이다. 성실했던 가장을 도박장에 빼앗기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야하는 우리 이웃의 아내와 아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하룻밤 도박으로 주머니를 털린 사람들이 충혈 된 눈으로 해장국을 먹고, 낯선 사람들과 산책길에서 마주쳐야 하는 상황을 떠올린 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화상경마장 유치 문제는 주민 삶에 미치는 해악이 큰 만큼 홍성군의 일방적인 행보를 군민들은 좌시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올바른 방향을 잡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해악을 막을 수 있다. 홍성군은 화상경마장이 지역에 몰고 올 여러 가지 사회적 폐단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론화 과정이 꼭 필요한 사안이다. 더 많은 돈을 벌려다가 정말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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