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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정/ 김미경<청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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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정/ 김미경<청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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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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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중한디? 이기는 거여? 피하는 거여?

▲ 김미경<청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층간 소음으로 아래층, 위층 칼부림 나는 것도 다반사이다. 위층을 이고 사는 아래층이나 아래층을 밟고 사는 위층이나 마루 바닥을 경계로 태생적인 존재의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적 딜레마를 안고 위층과 아래층은 서로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면서 좋은 세월을 희망하며 공존을 계속한다.

어느 날 위층 606호 주인장은 아래층 506호 주인장의 담배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참지 못해 관리실에 전화를 한다. 당장 담배를 끊든지 이사를 가든지 하라고, 임신한 우리 아내가 힘들어한다고 고함을 친다. 아래층 506호 주인장은 위층 606호에서 천둥치는 듯한 쿵쾅거림도 참았는데 그까짓 담배 연기를 못참느냐며 직접 찾아가서 따진다.

마루 바닥 하나를 놓고 606호와 506호의 냉전은 시작되었다. 606호는 주변의 607호 러시아스키와 605호의 중화자장과도 술 한잔을 들이키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506호도 507호 크리스와 505호 야마구치와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하였다. 관리실에서는 이들 간의 층간 냉전이 확대되어 큰 싸움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루 바닥 비무장지대를 만들기도 했다. 가난한 606호에게 협조를 얻어 물건을 만들어 팔면서 친해지도록 벼룩시장도 마련하였다. 벼룩시장이 곧 없어질 듯 했지만 그래도 교류의 중요한 명맥을 유지하였다.

어느날 짜리몽땅한 606호의 주인장이 죽자 뚱땡이 아들이 가장이 되었다. 어린 친구는 허세 작렬이었다. 자기가 집안의 가장이 되자, 자기를 좀 무시했다고 고모부를 족보에서 지워버리는 잔인한 짓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506호로부터 담배연기가 한번만 더 올라오면 핵가스 방어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로 자기 집 뒷 베란다에서 핵가스 실험도 했다. 애초부터 이런 구조를 만든 관리실이 506호랑 결탁해 606호를 위협했다고 보고, 워싱턴 관리실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협박한다. 가만히 있으면 워싱턴 관리실과 606호의 싸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근데 506호는 딸님이 그 집 가장이 되었다. 이 딸님도 크게 사려 깊지는 않은 것 같다. 어느 날 506호 딸님은 “안 싸우는 게 대박”이라고 하더니 핵 가스 운운하는 쓰레기들과는 상종할 필요 없다고 벼룩시장을 철수해버렸다. 또한 워싱턴 관리실장의 지극한 접대를 받으면서 핵 가스를 방어할 사드가스에 대해 들었다.

사드 가스는 606호에만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605호 중화자장과 607호 러시아스키에도 확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605호 중화자장은 506호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난리다. 그런데 605호 중화자장이 506호에 값싸고 맛있는 자장을 제공하던 터라 그로부터 미움을 받으면 506호도 괴로워진다.

506호 딸님이 사드가스를 앞 베란다에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면 606호의 뚱땡이 어린놈은 핵가스를 포기하고 조용히 살자고 해야 한다. 그런데 뚱땡이 어린놈은 핵핵가스를 만들 것 같다. 뚱땡이 어린놈이 핵핵가스를 만들면, 506호 딸님은 싸싸드 가스로 방어할 것인가?

뭣이 중한디? 사드가스의 화학기호도 중요하지 않고 사드가스를 베란다에 설치하든지 화장실에 설치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드가스든 핵가스든 이기기 위해서 싸우는 그 순간 공멸이다. 안 싸우게 하는 것이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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