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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읍성 기적의 우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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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읍성 기적의 우물 이야기
  • 이번영 기자
  • 승인 2016.05.27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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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대 맞고도 안 죽어 … 기적의 물 때문?

▲ 2001년 6월23일자 <한국기독공보>신문에 보도된 홍주성 안 홍성장로교회앞 우물에서 물을 길어가는 주민들
“충청도의 첫 순교자 원시장 베드로는 1793년 12월 17일 새벽 닭이 세 번 울자 목숨을 거뒀다. 나이 61세, 몸에 껴엊은 찬물이 밤새 얼어 동사한 것이다. 1년 전부터 홍주옥에 가두고 아무리 때려도 죽지 않아 동사시킨 것이다. 죽은 뒤 시체에 얻어맞은 흔적이 다 사라지고 광채가 났다”

“1812년 11월 말 이여삼(바오르)이 홍주감옥에 들어왔다. 관장이 포졸들을 시켜 아무리 몽둥이질을 해도 죽지 않았다. 그는 일어나 앉아 물을 달라더니 자신의 머리에 봇고 스스로 세례를 주었다. 그는 관장에게 자기는 때려서 죽지 않으니 옆구리를 치라고 알려줘 죽임을 당했다. 그 시각 세 젊은이가 멀지 않은 곳을 지나는데 한줄기 광채가 하늘로 올가는 것을 보았다. 그중 천주교 신도가 하나님의 기적이라 말하며 찬양하였다”

이상은 이탈리아인으로 홍성에서 순교한 다블뤼(A. Daveluy)주교가 정리해서 교황청에 보낸 <홍주순교록> 내용 일부다.

“1798년 8월 19일 피신했던 박취득 라우렌시오가 홍주관아로 가서 스스로 잡혔다. 홍주옥에서 8일 동안 16차레에 걸려 1400대를 맞았다. 죽은 줄 알고 옷을 벗겨 물을 부어 밖에 내던졌다. 그런데 몇시간 후 그가 스스로 걸어서 감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11명의 교우가 목격했다. 옥사가 다시 힘을 다 해 내리쳤다. 죽은 줄 알고 옥사가 지쳐서 잠시 잠들었다 깨어보니 그가 일어나서 교우들과 조용히 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상처는 흔적도 없어졌다. 놀란 옥사가 덤벼들어 목을 매어 죽였다. 1799년 2월 29일 오전 11시였다”
안흥렬과 최석우가 쓴 <한국 천주교회사>기록이다. 이같은 기적적 이야기들에 포함된 공통점은 순교자들이 옥에서 사용했고 고문 과정에 이용됐던 물이다.

10여년 전, 홍성천주교 성당은 전국에서 온 1500여 명의 신도가 참여한 가운데 홍주성 안에서 첫 선양대회를 열었다. 당시 나기순 신부는 홍주성 우물의 우수성을 설명해 많은 이들이 물을 먹었다. 며칠 후 나 신부는 온양의 한 성도로부터 “그 물 마시고 아픈 허리가 낳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금산에 살고 있는 나 신부는 최근 홍주성 물이 다시 나온다는 말을 듣고 반가워하며 홍성에 와서 물을 길러갔다.

믿음의 눈동자가 치유 기적

샘물을 통한 치유 기적들에 대해 정확한 과학적 증거를 대기는 어렵다. 프랑스 루르드에 한해 600만 명이 찾아와 기적의 성물을 마시고 몸에 바르고 뿌리지만 실제 병을 고쳤다는 사람은 극소수다. 각자 믿음의 분량대로 일 것이다. 루르드 동굴앞에서 14세 소녀에게 나타나 물을 마시라고 한 성모마리아는 소녀의 깊은 신암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홍주성의 물은 보통이 아니어서 신앙심 깊은 사람들에게 기적을 기대할만 하다는게 많은 이들의 증언이다. 지난해 천주교쪽에서 영험이 있는 한 원로가 이름 밝히기를 사양하며 “홍성군청과 홍성읍사무소 주변에 의미있는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하정과 읍사무소 앞에 물가가 아니면 살 수 없는 버드나무 고목들이 오래 사는 것 만 보아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지표에서 좋은 물이 나오는 개성탕, 수정탕, 도림장, 홍남장, 그리고 홍성온천 등 물도 모두 홍주성 인근 물들이다. 1978년 10월 7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컸던 홍성지진의 진앙지는 홍성군청 지하였다.

홍성 천주교 순교 성지를 찾아오는 순례객은 지난 5월에도 2500여 명, 방문자는 연간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프랑스 루르드 지방에 다녀온 사람의 글 중에는 “치유는 소녀가 성모를 보았기 때문도, 물의 성분이나 성모상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그저 길 위에서 마주하는 순례자들의 믿음과 희망을 담은 눈동자를 보면 왜 치유의 마을인가를 알게 된다”고 썼다.

홍주성의 역사적 가치를 홍성군민부터 바로 알고 진리와 정의에 대한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조상들의 얼을 배우고 따라 살고자하는 의지가 모아진다면 더 큰 기적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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